<시각장애인대회> 육상 배유동의 멈추지 않는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또래 누군가는 코치나 감독이 돼 경기를 지켜볼 때 배유동(51)은 여전히 필드 한가운데 서서 누구보다도 힘차게 포환을 날린다.
2015 서울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한국 육상 대표로 포환던지기에 출전한 배유동은 11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결선 2차 시기서 9.05m를 던졌다.
결과는 8명 중 8위, 꼴찌였다. 1위 세르게이 샤탈로프(러시아)의 13.69m와는 차이가 현격했다.
박정웅 육상대표팀 감독은 "제 실력만 놓고 보면 8위로 끝날 선수가 아닌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유동은 대회 첫 경기 전날인 10일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쳤다.
박 감독은 "다른 사람들이 10번, 20번 연습할 때 배유동 선수는 100번 던진다고 보면 된다"며 "코칭스태프가 훈련량을 조절해도 워낙 연습벌레라 어쩔 수가 없다"고 거듭 아쉬워했다.
온몸의 힘을 실어도 모자랄 판에 하체의 한 축이 빠졌으니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이미 2010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배유동에게 있어 이번 대회는 성적보다 도전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했다.
배유동은 원래 전기기사로 일했다. 33살이던 1997년께 갑자기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느꼈다.
병원 진찰 결과는 청천벽력 같았다. 망막색소변성증, 시야가 좁아지다가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었다.
지속이 어려워진 전기기사 생활을 그만둔 배유동은 가족들과 커피숍을 운영했지만 거스름돈을 잘못 거슬러주는 등 실수 연발이었다고 한다.
실의에 젖어 있던 배유동을 일으킨 것은 8년 전 우연히 접한 육상이었다.
박정웅 감독은 "처음부터 자질이 뛰어났던 것은 아닌데, 엄청난 훈련량으로 실력을 키운 선수"라고 배유동을 평가했다.
배유동은 "사회에선 실수만 하던 제가 할 수 있는 종목이 꽤 있더라"며 "감각과 소리에만 의지해 뭔가를 힘껏 던진다는 것이 짜릿했다"고 떠올렸다.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잘 던졌는지를 알 수 있는 비장애인과 달리 손에서 기구가 빠져나갈 때부터 느끼는 '손맛'이 좋아 운동을 그만둘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배유동은 13일 창 던지기에서 또 한 번 손맛을 찾아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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