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 순방으로 현안 해결…정치적 동맹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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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8일(현지시간) 러시아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 위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다. kjw@yna.co.kr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and his wife Peng Liyuan wave shortly upon their arrival to Vnukovo II government airport in Moscow, Russia, on Friday, May 8, 2015. (AP Photo/Ivan Sekretarev) |
시진핑 '돈·마음' 풀며 일대일로 구축 잰걸음
러에 250억 달러 '돈보따리', 카자흐에선 마음 얻어
3개국 순방으로 현안 해결…정치적 동맹 강화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를 잇달아 방문하며 분주한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순방의 표면적 의미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식 참석이지만, 시 주석의 발걸음을 되짚어보면 그 속내는 그가 주창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축을 위한 잰걸음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독립국 지위 보장 천명…마음 흔들어
첫 방문지인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서 시 주석은 마음을 흔들었다.
시 주석은 8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중국은 카자흐스탄의 주권, 영토보존, 독립국 지위 보장 등을 양국 관계발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고 카진포름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현지인들의 정서를 공략한 발언이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러시아, 벨라루스와 함께 역내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러시아가 EEU를 '옛소련 부활'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이전에는 카자흐스탄 지역에 독립국이 없었다"는 발언 이후 카자흐인들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고서 "카자흐스탄은 주권을 위협하는 국제단체에서는 언제든 탈퇴하겠다"고 맞서 양국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 있어 카자흐스탄은 일대일로 구상의 요충지다. 따라서 시 주석의 발언은 일대일로가 정치적 간섭 없는 순수 경제공동체임을 알리는 동시에 일대일로가 또 따른 정치적 간섭이 될 수 있다는 혹시 모를 현지인들의 우려를 사전에 잠재웠다.
◇러시아에 250억 달러 상당 '돈보따리' 풀어
러시아로 발걸음을 옮긴 시 주석은 물량공세에 나섰다.
시 주석의 방러 기간에 양국은 총 250억 달러(27조 3천억원)에 상당하는 32건의 각종 계약과 협정을 체결했다고 증권시보(證券時報) 등 중국 언론들이 11일 전했다.
특히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도시 카잔을 잇는 고속철 건설 공동투자 합의는 일대일로 구상을 위한 정치적 장애물을 없앤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러시아가 이끄는 EEU와 중국의 일대일로가 지역 경제권이 겹친다는 이유로 상충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실제 러시아에 있어 일대일로는 자국을 거치지 않기에 득보다는 실이 많은 계획이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의 요충지인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의 앞마당이기에 집주인의 허락이 필요했다.
카잔은 러시아의 물류요충지로 중앙아시아 각국에 연결되는 철도와 도로가 집중돼 있다. 따라서 중국의 카잔 고속철 공동 투자는 교통망 연결로 러시아를 일대일로 구상에 실질적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다.
시 주석의 전략은 주효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이 끝나고서 시 주석을 "우리의 위대한 친구"라는 표현을 써가며 극찬했다. 양측은 회담에서 에너지·교통분야 등에 대한 협력 및 EEU와 일대일로의 적극적인 협력도 다짐했다.
◇3개국 순방 일대일로 현안 해결…정치적 동맹 강화
앞선 2개국 방문결과에 힘입어 시 주석은 마지막 방문지인 벨라루스에서 도착부터 환대를 받았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10일 이례적으로 공항까지 직접 나와 시 주석을 맞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 주석에게 빵과 소금을 선물했다. 벨라루스에서는 전통적으로 귀빈에게 존경과 우호의 뜻으로 빵과 소금을 전달한다.
중국 정상으로는 14년 만에 처음 현지를 방문한 시 주석은 이에 "중국과 벨라루스가 새로운 단계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수립할 것"이라며 "이번 방문이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오는 12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다양한 분야의 협정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을 종합해보면 일대일로의 현안해결 및 정치적 동맹관계를 강화한 것으로 요약된다.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국제사회의 경제패권을 가져올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앞서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57개 창립회원국을 끌어들이며 금융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오를 발판을 닦았으나 자국 주도의 국제적 소비시장인 일대일로 구축에는 EEU라는 걸림돌이 남았었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EEU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시 주석은 일대일로 구축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아울러 현재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일본, 필리핀 등으로부터 '포위공격'을 받는 중국은 순방국들과 우호적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자국 이권이 걸린 국제적 갈등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포섭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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