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②도서정가제 안착이 우선(배진석 출판진흥원 본부장)

편집부 / 2015-05-11 08:00:09


<어떻게 생각합니까> ②도서정가제 안착이 우선(배진석 출판진흥원 본부장)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도서정가제 도입에 관여해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 측은 현행 도서정가제가 6개월도 안 된, 초기 단계인 만큼 당장 전면적인 개편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 제도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결과인 만큼 대폭적인 수술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배진석 출판기반조성본부장은 11일 "일단 현행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시행 성과를 봐 다시 한번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 본부장의 도서정가제 개편에 대한 반대 입장이다.



▲ 배진석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기반조성본부장

도서정가제를 알리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리플릿에는 '제값 받는 책, 제값 하는 책'이라는 문구가 있다. 책의 가치를 가격에 두지 않고 콘텐츠와 질에서 찾는다는 압축적인 표현이다.

도서정가제의 가치와 효용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법 제도의 시행에 있어 최선과 차선의 사이에서 합리적 선택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서정가제에 대한 평가 문제는 부정보다는 긍정에 무게를 둘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00일을 맞아 지난 3월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 신간 가격이 4.2% 하락함으로써 소비자의 가격 상승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고, 동시에 소비자에게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려는 출판사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재정가 제도 도입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둠으로써 소비자의 편익 향상과 출판사의 영업환경 개선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

또 개정 도서정가제의 주요 가치인 지역서점 활성화의 측면에서 보면, 공공 및 학교도서관이 지역서점을 이용하는 계약 건수가 40% 이상을 차지(2015년 1∼3월 학교장터·나라장터 구매계약 기준)할 정도로 지역서점을 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와 연동되는 학습참고서의 경우도 2학기 가격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개정 도서정가제의 긍정적 성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직접적인 가격할인 이외의 추가할인에 대한 문제 등은 합리적인 시장 기능과 합법적인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도서정가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있다.

당장 5월 중순부터 추첨식 경품에 대해서도 15% 할인 범위를 넘어서는 광폭 할인 마케팅이 성행하지 않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일부 카드사의 청구할인은 할인 횟수나 액수가 제한돼 있다. 책 살 때 그 카드를 쓴다고 무조건 할인해주는 게 아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출판계 내부에서 충당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영역의 자본이 출판계로 흘러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구매의 유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다만 지역의 소형서점 등은 이런 혜택을 제시하기 어려우니까 불만이 생기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정부도 유통업계와 이런 불공정 경쟁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대 할인율을 15%로 하는 현행 제도가 합의되기까지도 출판·유통계와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어렵게 합의점을 찾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사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할인율 제한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책이란 게 공공재의 성격이 있고 책의 가치를 높이려면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해서 승인한 것이다.

이제 시행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제도가 불완전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 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법이 한시법인 만큼 3년의 기한 동안 시행해보고 그 결과를 봐서 필요하다면 다시 한번 공론의 장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사항이다.

출판·유통계에 모두 도움이 되는 법이라면 현행 수준대로 놔둘 수도 있고 그때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바꾸는 게 맞다는 얘기다.

도서 공급률 차등 금지 역시 정부 내부에서도 논의가 있었지만 사적계약의 영역이라고 보고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결된 사안이다.

필요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사적계약인 성격이 있고 이 역시 필요하다면 공동체에서 합의를 이뤄야 할 부분이다.

3년 한시 조항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3년 뒤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제도가 막 시행되기 시작했고 이를 어떻게 안착시키느냐 하는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전면적인 개정 이전에 당장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제도를 숙성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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