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자본유출,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달러 강세로 인한 최근 세계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전 IN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작년 3분기∼올해 1분기에 15개 주요 신흥국 자본시장에서 총 6천1억 달러(약 656조원)가 순유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 기간인 지난 2008년 3분기∼2009년 1분기의 5천452억 달러 순유출 규모를 넘는 것이다.
이들 15개국의 외환보유액도 1분기에 총 3천744억 달러 줄어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자본 유출은 무엇보다도 초저금리 달러 자금을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최근 달러 강세의 여파로 청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미국 양적완화 이후 급증해 2009년 3분기부터 작년 2분기까지 이들 15개국에 유입된 유동성은 총 2조2천억 달러에 이른다.
또 금융위기 당시보다 자본 유출이 심각한 것은 주요 신흥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각국 공식 데이터에 근거해 이 같은 수치를 집계한 마르텐 얀 바쿰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신흥시장 선임전략가는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청산, 중국의 성장·금융시스템의 문제, 여러 신흥국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의 취약점 등 자본 유출의 원인은 여전히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다만 순유출 규모는 작년 4분기 2천553억 달러에서 1분기 2088억 달러로 줄어 자본 유출의 강도는 다소 약해졌다.
하지만 유출 추세는 2분기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바쿰 전략가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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