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덕보는 파키스탄 경제…외환보유액 1년만에 4배
신용등급 상향…전력난·대외정책 취약성 과제도 상존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탈레반 무장반군과 격전을 치르는 파키스탄이 경제에서는 저유가 덕을 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중앙은행 총재 아슈라프 와트라와 인터뷰를 통해 탈레반의 지속적인 위협에도 파키스탄 경제에는 희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파키스탄이 2013년에 처한 재정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주중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파키스탄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긍정적' 전망인 B-로 상향했고 무디스도 지난달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올렸다. 이는 그리스의 Caa1보다 한 단계 높다.
파키스탄의 외환보유액 유동자산은 작년보다 4배 증가한 125억 달러에 이른다. 1분기 파키스탄의 전체 수입액과 맞먹는 규모다. 와트라 총재가 전임자들보다 루피화 안정성에 대한 근심을 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경제 안정화는 무엇보다 저유가 때문이다. 파키스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파키스탄의 원유 도입비용은 9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2억 달러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유가하락은 특히 파키스탄의 재정적자 규모를 오는 6월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억제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년 전보다 8% 이상 낮아진 수치다.
파키스탄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작년과 같은 수준인 4%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경제성과를 예상보다 더 크게 하락한 유가가 가져다준 '행운'으로 치부한다.
살만 샤 전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정부가 경제성과의 공을 고스란히 가져가기는 성급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중 하나다. 샤 전 장관은 "외환보유액 안정화는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국제사회 압박이 완화된데 따라 우연히 나타난 횡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파키스탄에는 거대한 개혁과제가 남아있다. 악명높은 부정부패와 비효율적인 세제를 혁파하는 데 실패한 상황이다.
샤 전 장관은 "파키스탄 1억8천500만 인구의 1.5%만이 소득세를 납부한다"며 "서구 경제학자들은 파키스탄 세제를 세계 최악의 제도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하피즈 파샤 전 재무장관도 "외환보유액이 신용도를 높여주지만 정작 파키스탄 경제는 취약성을 면치 못하는 아이러니가 있다"며 샤 전 장관의 의견에 동조했다.
와트라 총재 역시 파키스탄의 심각한 전력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대처하기 어려운 몇가지 현안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경제현안은 전력생산과 배전 문제"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선 하루 18시간 동안 정전이 지속되는 게 흔한 일이다. 이는 공업, 농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영업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파키스탄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최대 25%가 손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위험도 상존한다. 파키스탄 경제는 대외정책에 매우 취약하다.
예멘 내전을 두고 아랍 동맹군에 대한 지상군, 전투기, 해군 지원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파키스탄 경제와 관련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 요청을 거부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본국에 수십억 달러를 송금하는 200만명의 파키스탄 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와트라 총재도 유가하락에 따른 경제적 안정을 환영하면서도 경제부양을 위해 유가에만 의존해야 하는 무모성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왜 우리가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범위에서 벗어난 요인에 의존해야 합니까"라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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