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43년 전 경찰 고문 피해흑인에도 보상키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관의 잇따른 가혹행위가 미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한 가운데 시카고시가 수십 년 전 경찰 고문의 피해자들에게도 거액을 보상키로 해 주목된다.
시카고 시의회는 6일(현지시간) 지난 1972년부터 1991년 사이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한 80여 명의 피해자를 위한 보상 예산 550만달러(약 60억 원)를 승인했다고 AP와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들은 70∼80년대 전직 시카고 경찰간부인 존 버지로부터 전기충격, 권총을 입에 집어넣는 식의 살해 협박, 구타 등의 각종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최대 100명으로까지 추산되는 고문 피해자의 대다수는 시카고 남부 빈민가 출신의 흑인이다.
시카고시는 고문 피해자 개인에게 1인당 10만달러(1억여 원)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공식 사과를 하는 물론 희생자 추모비를 건립키로 했다.
아울러 시카고 내 학교에서 역사 수업 과정에 당시 경찰의 고문 사건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피해자 본인 또는 자녀가 지역 내 대학에서 무료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오점을 씻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며 "시카고시는 마침내 과거와 마주하고 그 과거를 받아들이며, 잘못된 일을 인정해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의 스티븐 호킨스 사무총장은 "시카고시는 고문과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에 기한만료가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걸음을 내디뎠다"고 극찬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경찰 이송 과정에서 볼티모어의 흑인 용의자가 숨진 사건을 비롯해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이 빈발하면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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