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세상일기] 가평 조종고 학생 12명이 바치는 부모님 일대기

이채봉 기자 / 2015-05-07 15:14:04
'가족 삶 글쓰기' 교육 활동으로 자서전집 출간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내게는 그 전투가 마지막이 되었다. 빨간 붕대가 벗겨졌다. 희멀건 구더기가 득시글거렸다. 눈물로 뿌연 시야에 톱을 들고 오는 의무병이 보였다.'

경기도 가평군 조종고등학교 3학년 배지훈 군이 쓴 자서전 '전쟁과 인간'의 일부다. 배군이 아니라 배군의 할아버지 이야기다.

이 자서전에는 배군의 할아버지가 17살이던 1950년 징집돼 참전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게 된 사연, 할머니를 만나 사랑하고 어렵게 결혼해 아버지를 낳은 일 등의 내용이 나온다.

상이군인인 할아버지가 주변의 무시를 견디며 가족을 위해 생계를 잇는 과정, 배군의 이름에 담긴 뜻, 그리고 할아버지가 200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가족사가 담겼다.

배군은 어머니가 들려준 가족사를 녹음해 차근차근 들으며 할아버지의 자서전을 써내려갔다.

할아버지가 전쟁 중 한쪽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작가가 꿈인 배군은 녹음기에서 나오는 가족 얘기를 들으며 할어버지의 삶에 동화돼 수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배군은 7일 부자동네타임즈와  통화에서 "조촐하고 내세울 것 없는 가족인 줄 알았는데 전쟁 영웅인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가족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조종고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최근 '아침마루의 그날들'이라는 특별한 책을 펴냈다.

학생 12명이 직접 쓴 부모나 조부모의 자서전이 수록됐다.

배군이 쓴 자서전도 '아침마루의 그날들'에 담겨 있다.

조종고는 세대 간 이해와 소통으로 가족공동체를 복원하고 '가족 삶 쓰기'를 통해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한 활동의 하나로 6개월 전부터 자서전을 계획했다.

배 군 등 12명이 참여했고, 이들은 자서전 대필 전문가 특강을 10차례 듣고 인터뷰 내용을 만들었다.

또 부모나 조부모와 수차례 대화를 나누며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참여학생들은 하나같이 "부모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 나의 출생기, 가족이 힘들고 행복했던 순간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야기 들어 가족을 이해하고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조종고는 13일 교내 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공의배 교장은 "부모의 인생을 부모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기회를 얻으면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감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자서전 대필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글쓰기 역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 단절된 세대 간 대화를 풍성하게 하고 가족 간 친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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