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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제주시 산지천 하류에 22억원을 들여 복원한 중국인 피란선 '해상호'(海祥號)가 오는 6월까지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015.5.7 ksb@yna.co.kr |
22억 들여 복원한 제주 중국인 피란선 결국 철거 신세
중화권 관광객 유치 기능 미미…안전진단 D등급에 고심 끝 결정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제주시 산지천 하류에 20여억원을 들여 복원한 1940년대 후반의 중국인 피란선 '해상호'(海祥號)가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제주시는 제주항 인근 용진교 옆에 2002년 복원한 해상호의 안전진단 결과 보수·보강해야 재사용할 수 있는 'D 등급' 판정이 나오고 보수 비용이 7억1천만원이나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철거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피란선 철거는 6월 말까지 2개월 가까이 이뤄지며 1억2천만원이 투입된다.
시는 나무로 된 피란선이 낡아 비가 심하게 새는 데다 누전에 의한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내부 전시물 퇴색 등으로 전시 기능도 상실하자 지난해 9월부터 관광객들의 관람과 전시관 시설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해상호는 중국이 국공(國共) 내전을 겪던 1948년 본토를 탈출한 중국인 54명이 타고 왔던 목선이다. 이 배는 인천, 군산 등을 거쳐 1950년 제주에 들어와 산지천 하류에 정박했다. 당시 중국인들은 배가 철거될 때까지 8년 간 선상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는 문화·예술계 등의 반대에도 중화권 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22억원(국비·지방비 50%)을 들여 길이 25m, 너비 9m, 높이 5.6m로 축소한 피란선 모형을 복원하고 내부에는 중국인들의 선상생활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또 주변에 제주 전통 떼배인 '테우'와 조선시대 세금으로 거둔 곡식 등을 운반하던 조운선, 거북선 등 우리나라의 옛 선박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타고 갔던 산타마리아호 등 선박 축소 조형물 6점을 설치했다.
그러나 복원한 해상호가 애초 취지와는 달리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준다는 지적이 일고 연중무휴 개방에도 하루 관람객은 80∼90명에 그쳐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전기·수도료 등 연간 시설 관리비가 1천여만원에 이르고 직원 2명이 상주하는 데 따른 인건비 부담도 적지않았다.
김영훈 제주시 문화예술과장은 "해상호 철거는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한 것"이라며 "배가 철거된 곳에는 제주도의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에 따른 '산포광장'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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