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의 대결' 이집트-두바이 관광객 유치 각축
2020년 2천만명 같은 목표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중동 국제관광박람회(ATM·Arabian Travel Market)에선 흥미로운 경쟁이 세계 관광업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피라미드'를 앞세운 전통적인 중동 관광지 이집트와 세계 최고 빌딩 '부르즈 칼리파'로 상징되는 신흥 강자 두바이의 대결이었다.
언론들 역시 이들 두 곳에 취재 초점을 맞췄다.
과거 중동지역 관광은 이집트를 따라올 상대가 없을 정도였다. 고대 이집트의 유구한 역사가 남긴 유적과 유물은 전 세계 관광객을 매료시켰다.
2011년 반정부 시위와 잇따른 테러단체의 출몰로 정세가 불안해져 관광객이 줄어든 틈을 타 두바이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010년만 해도 이집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천470만 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해 850만 명인 두바이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정세가 불안해진 이집트의 관광객은 980만 명으로 급감한 반면, 두바이는 930만 명으로 껑충 뛰어올라 순식간에 비슷해졌다.
2012년엔 이집트가 1천150만 명, 두바이가 1천만 명이 되더니 이집트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2013년엔 이집트가 950만 명, 두바이가 1천220만 명으로 역전됐다.
지난해에도 이집트는 990만 명, 두바이는 1천320만 명으로 중동에서 1위를 굳혔다.
이집트는 한 국가 전체를 집계한 통계치이지만, 두바이는 UAE의 한 도시라는 점에서 두바이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두바이에 온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곳의 인구(약 250만 명)의 5배가 넘는다.
한국의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1천420만 명임을 고려해도 한 도시에 불과한 두바이의 관광객 유치실적은 놀랄만하다.
관광 수입은 그러나 이집트가 근소하게 앞선다.
2013년 이집트와 두바이는 59억 달러로 같았고 지난해는 이집트가 73억 달러, 두바이가 65억 달러였다.
관광객 수는 두바이가 앞서면서 이집트에 수입 면에서 뒤지는 것은 관광객이 머무르는 기간 때문이다.
지난해 이집트에 온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숙박일수는 9.8일이었지만 두바이는 3.8일에 그친다.
이집트는 국토가 넓고 유적이 흩어져 있어 여행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두바이는 한국의 대전시 정도의 크기로 좁아 호텔과 쇼핑몰, 유명 건물, 사막이 밀집돼 짧은 시간에 관광을 마칠 수 있다.
인터넷엔 '두바이를 36시간 동안 즐기는 코스'와 같은 동영상과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두바이가 중동의 항공 허브인만큼 유럽 또는 아시아로 향하는 관광객이 두바이에 2∼3일 기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집트는 '적진' 두바이에서 열린 이번 국제관광박람회를 통해 두바이에 내준 중동 관광의 대표주자 자리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절치부심했다.
칼리드 라미 이집트 관광장관이 직접 홍보활동을 진두지휘하면서 부지런히 해외 언론을 접촉했다.
이집트와 두바이는 이번 박람회에서 공교롭게 모두 2020년 2천만 명 관광객 유치를 선언했다.
두 곳은 중동 대표적인 중동의 관광지이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이집트가 선대에서 이어받은 세계적인 유적과 유물을 관광자원으로 삼지만, 척박한 자연환경 탓에 이집트와 같은 찬란한 과거 문명은 갖지 못한 두바이는 관광객에게 첨단 기술로 구축된 '미래'를 선보이는 전략이다.
두바이는 "남들에 의해 쓰여지기 전에 우리가 역사를 쓰겠다"며 세계 최대·최초·최고를 목표로 하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로 관광 산업을 추진했다.
관광객을 늘려야 하는 이집트의 고민은 이 차별점에서 비롯한다.
역사가 관광상품인 만큼 현대적 세련미가 떨어지다 보니 노후한 이미지가 각인돼 관광객 확장에 한계가 있어 두바이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칼리드 라미 장관은 6일 "역사·문화 관광이라고 하면 50대 이상의 관광객이 떠오른다"며 "우리는 룩소르, 아스완, 나일 밸리를 좀 더 젊고 활기찬 관광지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관광객 체류 일수가 두바이보다 월등히 긴 것도 이집트엔 시간 여유가 충분한 노년층이 주로 찾기 때문이다.
압둘라힘 카짐 두바이 관광·홍보청 대표는 "두바이는 이집트를 관광 시장에서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며 "두바이는 해변과 가족 오락, 쇼핑, 휴양이 강점으로 이집트와 다른 관광 상품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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