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개낀날 고사리 채취 주의하세요...실종사고 많아"
최근 한 달간 안개 일수 급증 "안개 심하면 채취 자제해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달 28일 새벽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까끄래기 오름 일대에서 고사리를 캐러 나간 김모(79)씨가 길을 잃었다.
어릴 적부터 드나들던 익숙한 곳이었지만 고사리를 꺾는 재미에 빠져 너무나 숲 속 깊숙히 들어가면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당시 가시거리가 100m 안팎에 불과한 안개 낀 궂은 날씨는 김씨가 숲을 빠져나오기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한참 동안 헤매다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김씨의 아들은 오전 8시 48분께 119에 "아버지가 고사리를 캐러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며 신고했다.
경찰과 119구급대원, 의용소방대 등 60여명이 수색에 나선끝에 실종 신고 후 5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시 25분께 인근 산굼부리 분화구 안에서 탈진상태로 쓰러져 있던 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짙은 안개와 비까지 부슬부슬 오는 날씨였기 때문에 자칫 수색이 길어졌다면 더 큰 변을 당할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봄철 고사리를 캐러 나간 고사리 채취객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안개 낀 날씨 속에서 길을 잃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봄이 되면 나오기 시작한 야생 고사리를 캐려고 많은 사람들이 숲과 들판으로 향한다.
고사리 채취는 이르면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60여일간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5월 하순이 되면 고사리 잎이 다 펴서 줄기가 단단해져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인적이 드문 원시림인 곶자왈(숲을 뜻하는 '곶'과 수풀이 우거진 '자왈'이 결합한 제주 고유어) 같은 깊은 숲 속으로 고사리를 캐러 들어가는 사람도 많아 길을 잃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들어 지난 5월 3일까지 고사리를 채취하다 길을 잃은 사례는 3월 0건·4월 39건·5월 3일 현재 4건 등 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해 33일간 모두 43건 52명이다.
이는 지난해 3월 2건·4월 33건·5월 9건 등 3달간 발생한 44건 68명과 비슷한 수치다.
해마다 40건 안팎의 고사리 채취 실종 사고가 난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33일동안 40건 넘는 길 잃음 사고가 발생한 것은 매우 많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최근 한 달간 안개 낀 일수가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본격적인 고사리 채취가 이뤄진 최근 33일간 안개가 낀 날은 모두 9일로, 지난해 4∼5월 2달간(3일) 보다도 훨씬 많다.가시거리가 100m 안팎의 짙은 안개가 낀 날이 특히 많았고 이러한 현상은 고사리가 많이 자라는 숲 속일수록 더욱 심했다.
하루에 1건 정도 발생했던 실종사고도 안개가 심하게 낀 날에는 3∼4건씩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안전본부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사리를 채취할 때는 항상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분히 챙겨야 하며, 너무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말고 간간이 일행이나 가족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방안전본부는 특히 최근들어 제주를 찾는 외지 관광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이 혼자서 찾아 나오려고 하다 해가 져 구조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길을 잃었을 때는 어려워하지 말고 즉각 119 또는 가족·친구에게 연락하고, 전신주 고유번호나 내비게이션 GPS 정보의 위도와 경도, 등산로 국가지점번호 등을 함께 말하면 더욱 빠르게 119대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안개가 많이 낀 날씨에는 가급적 고사리를 캐러 나가지 않는 것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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