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부통령 "케냐에 동성애자 설 자리 없어"
케리 미 국무 "모든 사람은 동등" 반박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고등법원이 성적 소수자 차별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한 케냐에서 부통령이 동성애자는 설 자리가 없다며 이를 정면 반박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부통령은 수도 나이로비 외곽의 한 교회에서 예배 참석자들을 향해 종교와 문화적 신념을 짓밟는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루토 부통령은 또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우리의 신앙과 신념을 지키도록 일어설 것"이라며 "이 나라에 동성애자들이 설 곳이란 없다. 그것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동성애에 대한 혐오증이 늘어나고 있으며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가운데 케냐도 특정 성행위를 하는 동성애자는 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
앞서 세 명의 판사로 이루어진 케냐 고등법원 재판정은 성적 소수자 차별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한 동성애 단체가 접수한 비정부기구(NGO) 등록 신청을 인가하라고 해당 관청에 명령했다.
케냐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루토 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미국은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만들어졌고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는 신앙, 성별, 파트너를 선택할 권리,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권리를 가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말 케냐 대선 이후 발생한 유혈사태를 배후조종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루토 부통령은 그의 이런 반동성애 입장이 정치적인 것이 아닌 도덕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유명 작가 비니아방가 와이나이나는 트위터에 "우리의 부통령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되려고 한다"며 "그의 전략이 맞아떨어진다면 많은 사람이 불길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와 감비아가 최근 동성애자를 엄중히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데 이어 케냐와 우간다도 의회를 중심으로 동성애자 처벌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54개 아프리카 국가 중 36개국에서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4개 국가는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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