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격적 남극 투자…서구 긴장 속 예의주시
5호 기지 추진, 미국 턱밑 추격…150만년전 공기분석으로 기후변화 연구성과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이 최근 무서운 기세로 남극 투자에 나서면서 서구 지역의 국가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남극 탐사를 위한 선박과 항공기의 거점으로 호주 시설을 이용하려고 호주 정부와 5년짜리 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남극조약의 52개 당사국 가운데 현재 남극 인프라의 증가 속도를 보면 중국이 단연 최고다.
1985년 남극 킹 조지 섬에 최초 기지인 '창쳉(만리장성)'을 세운 중국은 최근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해 작년에 네 번째 기지를 세운 데 이어 다섯 번째 기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천억원을 들여 첨단 쇄빙선을 건조하고 있으며 극 지역에서 쓰는 항공기나 헬리콥터 도입도 추진 중이다.
남극은 국제법상 특정 국가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다만 연구 기지를 세우고 특이한 지형에 이름을 붙이거나 두드러진 연구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지분을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도 중국은 남극의 지분을 최근 급격히 늘렸다.
4번째 기지를 건립하면서 호주(3곳)를 제치고 선두인 미국(6곳)의 추격에 나섰다. 영어 지명이 1천여개가 있는 남극에 300여개의 중국 이름을 보탰다.
남극 깊숙이 매장된 얼음을 캐내 150만년 전의 공기 방울을 분석, 기후변화의 속도를 측정하는 연구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연구는 서방국들이 모두 실패한 터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서방국들은 남극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 투자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남극에서 기득권 국가로 꼽히던 미국이나 호주는 자신들이 예산 부족으로 주춤거리는 사이 중국이 급부상하자 더 초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공세적 투자의 원인이 남극 자원을 선점하려는 데 있다고 추측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의 앤-마리 브래디 정치학 교수는 중국이 남극의 광물과 원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발표는 없었으나 남극에 파견된 중국 과학자들에게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브래디 교수는 "중국은 다른 국가들이 진의를 숨겨 다른 국가들이 안달나도록 하는 게임을 즐겨왔다"며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투자의 이유가 자원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남극 자원을 채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수익성이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포함한 국가들이 남극 자원의 상업적 채굴을 금지한 조약을 당장 깨고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작년에 미국인 1만3천여명이 남극 관광에 나선 사실 등에 비춰보면 남극에 대한 중국의 상업적 이용도 당장에는 관광객 유치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원, 식량 안보 차원에서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호주 국방부 고위 관료를 지낸 피터 제닝스는 "세계는 (국부를 확보하기 위한) 중상주의 시각으로 남극에 접근하고 있다"며 "중국의 남극 정책도 에너지, 식량을 확보하려는 게 동력"이라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