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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
일본 평화헌법 68년…아베, 저항감 줄이는 단계적 개헌 추진
거부감 적은 사안 중심으로 우선 개헌, 궁극적으로는 9조 개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헌법기념일인 3일 일본의 현행 헌법이 시행 68주년을 맞은 가운데 개헌을 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전쟁·무력행사의 포기, 전력(戰力)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된 개헌안을 2012년 이미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아베 총리 본인은 최근에 개헌의 내용에 관해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개헌을 위한 국민적 논의를 확대하자'는 수준의 발언에 머물고 있다.
이는 중의원과 참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 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이라는 엄격한 개헌 요건을 고려해 일반인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적어도 한때는 개헌 요건을 정한 헌법 96조를 개정해 개헌의 문턱을 낮추려고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3년 4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50% 이상이 개헌을 원하더라도 '3분의 1 이상'의 의원으로 그것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개헌 발의 요건에 대해 "2분의 1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96조 개정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등 손쉬운 개헌의 길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에 관해 개헌 찬성 세력 내에서도 입헌주의에 어긋난다거나 편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2013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이 96조에 개정에 관한 수정 작업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속도 조절 움직임이 있었다.
이후 아베 정권은 단계적 개헌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후나다 하지메(船田元)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올해 2월 초 아베 총리와 만나 헌법 개정을 논의했으며 이후 "9조 문제도 있지만 나는 환경권이나 긴급사태 조항, 재정규율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하며 아베 총리와 얘기했더니 '당신한테 맡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이소자키 요스케(磯崎陽輔) 아베 총리 보좌관이 올해 2월 21일 당 모임에서 "헌법개정을 국민이 한번 맛보도록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중의원 헌법심사회가 이달 7일 개헌 항목을 좁히기 위한 자유토론을 시작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개헌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후나다 본부장은 1일 열린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추진대회'에서 "드디어 헌법개정의 내용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상황이 됐다"고 기대감을 표명했으며 지난달 28일 일본 외국특파원협회에서는 "2년 내에 첫 번째 개헌을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아베 정권이 국회 내 논의를 거쳐 내년 참의원 선거 이후 헌법 개정안을 정리하고 2017년 정기 국회 때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민당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중의원에서는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나 참의원에서는 과반을 넘겼을 뿐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참의원에서 발의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는지가 개헌의 첫 관문이 된다.
아베 총리는 유신당 대표를 지냈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 오사카(大阪) 시장의 '오사카 도'(都) 구상을 칭찬하며 개헌에 대한 협력을 은근히 요청하고 있다.
공명당은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1일 거리연설에서 "헌법 개정 자체가 큰 목표는 아니다. 내용이 중요하다. 개정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발언하는 등 아베 정권의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아베 총리는 개헌안 발의 과정에서 유신당과도 손을 잡아 공명당의 견제를 넘어서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과 도쿄대 다니구치 마사키(谷口將紀) 교수 연구실이 작년 중의원 선거를 계기로 벌인 조사에서 중의원 당선자의 84%가 개헌에 찬성하는 등 정치인의 개헌 의욕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NHK나 교도통신 등의 여론조사에서는 개헌 반대가 찬성보다 근소하게 많거나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다수로 나오는 등 일반인 사이에서는 개헌 논의가 아직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며 자민당 등은 설명회와 각종 집회 등을 통해 개헌 여론 확산을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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