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7타자 연속 범타' 배영수, 화려한 부활(종합)
(대전=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73) 감독은 5월의 키 플레이어로 배영수(34)를 첫손에 꼽았다. 김 감독은 "배영수, 송은범, (미치) 탈보트가 확실하게 서야 한다. 그럴 때 상대와 싸움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요청에 배영수가 제대로 화답했다. 배영수는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계속된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첫 승을 수확했다.
배영수는 1회초 2사 후 최준석에게 볼넷을 허용한 이후 17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황재균이 허벅지 통증, 문규현이 어깨 통증으로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제외된 롯데는 배영수의 최고 145㎞를 찍은 직구와 예리한 포크볼에 맥없이 물러났다. 배영수가 6회까지 던진 공은 불과 70개였다.
배영수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최준석, 강민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김기현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내려왔다. 이후 박정진이 승계주자 두 명을 모두 들여보내면서 배영수의 2실점이 생긴 것이 아쉬웠을 뿐 배영수의 투구 자체는 전성기를 방불케 했다.
한화는 6⅓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고 3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역투한 배영수의 활약을 발판삼아 롯데를 5-3으로 꺾고 3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배영수가 선발승을 거둔 것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지난해 10월 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7개월여만이다.
현역 통산 최다승 투수인 배영수는 이날 1승을 추가해 125승을 기록, 통산 다승 순위에서 공동 8위에서 단독 8위로 자리매김했다.
배영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2경기 선발을 포함해 5경기에 등판해 9⅔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1패에 평균자책점 12.10에 그쳤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배영수는 외국인 투수와 신예에게 밀려 선발 로테이션이 뒤로 미뤄지기도 했다.
현역 최다승(124승) 투수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배영수는 오히려 자신을 낮췄다. 지난달 18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중간 계투로 등판을 자청하기까지 할 정도로 팀을 위해 희생했다.
"우리 팀 불펜 투수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선발 등판하는 날엔 긴 이닝을 소화하며 꼭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던 배영수는 지난달 23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9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한화는 이날 경기 전까지 14승 11패를 기록했다. 14승 중 절반이 7승이 역전승이었다. 팬들은 한화에 끈기가 생겼다며 달라진 팀에 반색했지만 사실 매 경기 힘겨운 승부를 해야 하는 팀으로서는 피로 누적을 걱정해야 했다.
4월까지는 박정진-권혁 '철벽 불펜'에 힘입어 막판에 경기를 뒤집는 승부를 이어갔지만 두 불펜이 언제까지 뒷문을 지켜준다는 보장이 없었다. 결국 해답은 선발진이 살아나는 것이었고, 배영수는 송은범, 미치 탈보트 등 부진했던 선발 트리오 가운데 가장 먼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팀에 희망을 안겼다.
배영수는 경기 뒤 "4월에도 컨디션이 좋았지만 중간에서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자책한 뒤 "감독님이 나만의 시간을 주셨다. 혼자 있으면서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했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은 1회에 타선이 득점을 내면서 집중할 수 있었고 완급도 잘 됐다"며 "이전 두 경기에서는 쫓기는 마음이 있었지만, 오늘은 직구가 살아나면서 포크볼도 살아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김 감독은 "배영수가 살아난 것이 어마어마하게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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