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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총리(AP.연합뉴스) |
아베, 식민지배·침략 사죄 빠진 담화로 가닥잡나
'한중외교 중시' 日연립여당도 사죄없는 아베담화 용인 시사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뺀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양상이다.
'앞선 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영어 표현은 '깊은 반성'), '아시아 여러나라 국민에게 고통을 줬다'는 등의 메시지를 담은 아베 총리의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의회 연설이 일정한 평가를 받았다는 인식에 입각, 아베 담화에 비슷한 수위의 과거사 인식을 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 자민당의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지난달 30일 BS 니혼(日本) TV에 출연한 자리에서 전후 70주년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 '사죄' 등 문구가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의 중심이) 어떤 문구를 사용할지가 되면 좁은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1일 보도했다.
아베 정권 폭주의 정권내 브레이크를 자임해온 야마구치 대표는 이어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사죄'를 언급하지 않은데 대해 "자신다운 표현을 사용, (역대 총리 담화의) 의미를 바꾸지 않으려고 노력한 고심의 결과인지 모른다"며 이해를 표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아베담화 자체에 대해서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대 총리가 말한 의미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등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지만 식민지배와 침략, 사죄 등 표현을 그대로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을 표한 것이다.
이는 3개월여 전과 완연히 달라진 태도다.
야마구치 대표는 지난 1월 25일 NHK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베 총리가 '침략', '식민지배', '통절한 반성', '진심어린 사죄' 등 무라야마담화(1995년 종전 50주년 담화)의 핵심 단어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핵심 단어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이견을 표한 바 있다.
'평화주의 정당'을 기치로 한국, 중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공명당 대표가 아베 담화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은 아베 담화 내용에 대한 정권 내부의 핵심 견제장치가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미 의회 연설때 아베 총리가 사용한 "앞선 대전(2차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라는 표현을 아베 담화에 담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미 의회 연설에서 피력한 역사인식이 일정한 평가를 받았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통신은 소개했다.
이어 교도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 침략, 사죄 등 표현을 담화에 넣을지에 대해 "중국과 한국이 반발하더라도 총리는 대응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도 지난달 30일 방영된 니혼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낼 담화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에 큰 피해를 준 일본은 앞선 대전에 대한 반성 위에 서서,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 공헌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내외에 내보내고 싶다"며 미 의회 연설에서 사용한 표현들을 '재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일본 주요 신문 중 아베 정권에 가장 비판적인 아사히신문은 1일자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 담긴 역사인식 발언에 대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내용이었다"며 중립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사설은 "총리의 두 연설(4월 22일 반둥회의 연설과 29일 미 의회연설)에서는 역사 인식 문제로 알력을 낳지 않기 위한 레토릭(수사)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한 뒤 "전후 70년 담화는 그것으로 통하지 않는다"며 "총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싶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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