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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숙인 SK 하이닉스 김준호 사장 신축 공사 현장에서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3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SK 하이닉스에서 SK 하이닉스 경영지원부문장 김준호 사장이 사망 사고 발생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에서 최근 인명피해가 속출해 안전관리에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이 공장에서 최근 1년 새 유해물질 사고가 3차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노동자 안전 관리는 소홀히 한 탓에 인명사고가 연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고가 날 때마다 회사 측은 강력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허언에 그친 셈이다. 특히 회사 측이 예방조치를 충분히 취했다면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내 신축된 10층짜리 공장(M14)에서 30일 낮 12시께 발생한 사고도 인재로 꼽힌다. 이날 옥상에 설치된 배기덕트(배기장치 공기통로·넓이 5㎡, 깊이 3m)에서 내부를 점검하던 협력업체 직원 서모(42)씨 등 3명이 잔류가스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배기덕트 시설은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유해가스를 뽑아내 LNG(액화천연가스)를 주입, 태운 뒤 배출하는 설비다.
서씨 등은 안전모와 안전화 등 보호장구를 착용했다. 그러나 마스크나 방독면 등 호흡기를 보호하는 장구의 도움은 받지 못했다.
배기덕트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일할 때 필수적으로 거치는 내부 산소농도 측정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3명이 모두 숨져서 산소농도 측정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내부 산소농도를 측정하지 않고 작업을 했다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것이다.
산소농도가 위험 수준이었음에도 적절한 조치 없이 작업을 강행했다면 그 또한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달 18일에도 인명사고가 생겼다. 절연제 용도로 쓰이는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13명이 부상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성 가스는 아니었지만, 부상자들은 두통 등을 호소해 병원 진료 후 퇴원했다.
사고는 반도체 제조 공장건물에서 대기오염 처리시설 배관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파손되면서 가스가 누출돼 발생했다.
당시에도 배관 등 시설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7월에는 D램 반도체 공정라인에서 이산화규소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2명이 병원치료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사고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가스 공급배관 이음매에 생긴 틈으로 가스가 누출한 탓에 생겼다.
제품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SK하이닉스 공장에서 불과 1년 새 무려 3차례나 후진적인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번 사고 이후 새로 기술안전실을 만드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오래된 배기장치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노력도 했다. 그러나 '을'의 관계인 협력업체 직원의 인명을 중시하는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SK하이닉스 경영지원부문장인 김준호 사장은 사고 경위를 설명하기에 앞서 공식으로 사과했다.
김 사장은 "협력사 직원 3명이 사망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안전을 지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돼 더 가슴이 아프고 송구스럽다"는 발언도 했다.
공장의 안전시스템을 관리하는 경기도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태도만 보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고용노동부와 합동으로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사고가 재발한 만큼 해당 공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2% 증가한 1조5천8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인재성 사고로 인명피해가 계속돼 글로벌 선도 기업을 꿈꾸는 SK그룹의 미래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찰은 회사 측의 안전조치 미비점 등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과실치사 등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특히 본사 직원과 달리 협력업체 노동자의 안전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갖고 SK하이닉스의 '인명경시'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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