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만 감독 "권력 남용에 따르는 비극 그렸다"
전주영화제 개막작 클레이만 감독·배우 샤브렐
(전주=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을 연출한 아리엘 클레이만 감독은 2010년 뉴욕타임스에서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으며 암살자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이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자 클레이만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인 여자친구 사라 싱글러와 함께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클레이만 감독은 30일 개막식에 앞서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인이 권력을 남용했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콜롬비아라는 배경을 배제하고 신화적인 배경에 영화를 그렸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권력의 남용이란 특정 사회에서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영화는 독재자와 계급 문제, 사회의 폭력성뿐 아니라 가족의 의미까지 여러 관점의 이야기를 한데 버무린다.
클레이만 감독은 "이 영화를 가족 드라마로도,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영화로도, 국제적인 생각을 담은 영화로도, 세대간에 증오의 대물림 문제를 다루는 영화로도 생각할 수 있다"며 "감독은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에서 공동체의 지도자 그레고리(뱅상 카셀)는 갈 곳 없는 여자들과 그들의 아이를 한데 모아 공동체를 꾸리고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되어 총을 쥐는 법을 가르쳐 밥벌이를 시킨다.
알렉산더(제레미 샤브리엘)도 아기였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이 공동체에서 자랐지만, 점차 이런 삶에 의문을 품게 된다.
클레이만 감독은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는 과정, 아이가 자라면서 '나를 더는 사랑하지 않나'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출신으로 올해 열네 살이 된 배우 샤브리엘은 "'집에서 하던 대로 하라'는 아버지 말씀을 기억하며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며 "뱅상 카셀이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줬고 좋은 멘토가 돼 줬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그는 "닭이 나오는 장면을 찍을 때는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촬영 후 사흘간 치킨을 못 먹었다"고 덧붙여 기자회견장에 웃음을 안겼다.
클레이만 감독은 "어린 배우들에게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연극'이라는 점을 믿게 하려 했고, 촬영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놀이가 될 수 있게 했다"며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어 그런지 아이들과 소통하는 건 쉬웠다"고 말했다.
샤브리엘을 비롯한 아역 배우들과 그들의 엄마 역을 맡은 여배우들 틈에서 유일한 성인 남자 배우였던 뱅상 카셀은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감독은 소개했다.
클레이만 감독은 "15명의 아이와 15명의 여인들 틈에서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을 만한 배우는 카셀이라고 생각해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셀은 사악한 분위기로 누군가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는 동시에 연약한 면도 가지고 있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도 풍미를 느끼게 하는 귀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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