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폭력을 되짚는 강렬한 영화 '소년 파르티잔'
(전주=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책가방을 둘러맨 소년이 폐허 같은 터를 가로질러 그곳에 있는지도 모를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그곳은 소년의 엄마와 소년 또래의 많은 아이들, 그 아이들의 엄마들이 부산스럽게 음식을 하고, 노래를 하고, 축구를 하고, 놀이를 하는 낙원 같은 집이다.
30일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막을 올리는 호주 영화 '소년 파르티잔'은 이런 낙원 같은 공동체에서 펼쳐지는 독재자의 폭력을 그리는 영화다.
이 공동체의 지도자 그레고리(뱅상 카셀)는 갈곳 없는 여자들과 그들의 아이를 한데 모아 공동체를 꾸리고 아이들에게 총을 쥐는 법을 가르쳐 밥벌이를 시킨다.
가장 똘똘하게 일을 해내는 소년 알렉산더(제레미 샤브리엘)는 아기였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이 공동체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아이 중 하나가 그레고리에 의해 닭장에 갇히는 사건 이후 알렉산더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영화는 낙원인 줄 알았던 자신의 세계가 사실은 지옥이었음을 깨닫는 소년의 시선을 통해 세상의 폭력과 권력의 남용 등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까뒤집는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톤을 유지하지만, 영화를 만들 당시 20대였던 젊은 감독 아리엘 클레이만의 패기는 스크린에 그대로 묻어난다.
독재와 계급, 가족과 사회, 자본의 폭력, 인생의 모순을 고발하는 감독의 목소리는 어느 나라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공간에서, 배우들의 살아 있는 눈빛과 몸짓에서 파닥인다.
영화는 우화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정치·사회적인 느낌을 배제했으면서도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릴 때 현실감을 잃지 않는다. 밀폐된 공동체와 타락한 바깥세상을 대치하고 한데 엮어내는 구조도 영민하다.
악마적 캐릭터를 입은 뱅상 카셀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며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성장기의 혼란스러움을 소화한 제레미 샤브리엘의 연기도 예사롭지 않다.
김영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우리가 국제적 정세에 둔감하지 않나"며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성찰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개막작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소년 파르티잔'은 이날 저녁 영화제 개막식장인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상영된다.
김 프로그래머는 "야외상영이라 많은 관객이 넓은 곳에서 보기에 적합할지 고민했다"고 했지만, 큰 야외상영장을 에너지로 채우기에 무리가 없는 강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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