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파산선고…"정치적 생태주의 바로세워야"

편집부 / 2015-04-30 10:27:54
사상가 앙드레 고르스의 '에콜로지카' 번역·출간


자본주의 파산선고…"정치적 생태주의 바로세워야"

사상가 앙드레 고르스의 '에콜로지카' 번역·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자본주의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어떠한 제도 보완을 통해서도 갱생할 수 없다."

정치생태학의 선구자이자 신좌파 이론가인 앙드레 고르스(1923-2007)는 단호히 자본주의 파산선고를 내린다. 촌철살인의 논조로 자본주의가 끝장나고 있음을 선언한다. 그리고 생명이 다한 자본주의를 하릴없이 매만지고 있지만 말고 대안을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찾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르스의 역저 '에콜로지카'는 책의 제목처럼 정치적 생태주의를 바로세우자고 역설한다. 행복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을 최소로 하되 최대한 적게 일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외치는 것이다. 7년 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 책은 출판사를 바꿔 이번에 재번역·출간됐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극찬했던 고르스. 그는 1980년대 이후 산업시대의 노동중심성이 종말을 고하고 글로벌 경제, 정보화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진작부터 예고한 바 있다. 이미 재생 불가능하고 허구적 토대에서 작동하는 자본주의의 위기상황을 경고한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생전에 정확히 예측해 혀를 내두르게 했다.







고르스는 심각한 생태위기를 자초한 성장중심주의의 자본주의가 왜 붕괴될 수밖에 없는지 설파한다. 배금주의 사회 전반에 만연한 거품, 자동차와 소비지상주의가 우리 삶에 행사하는 독재, 세분화한 노동의 끔찍함을 예리하게 분석해낸다.

"생산은 이제 더 이상 축적된 자본 전체의 가치 증식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축적된 자본은 점점 더 많은 부분이 금융자본의 형태를 띠게 된다. 오로지 다양한 형태의 돈만을 사고팔면서 돈 버는 기술을 끊임없이 세련화하는 금융산업이 번창한다."

그의 지적을 듣고 있노라면 한국의 사회경제상도 겹쳐 떠오른다. 자본주의의 말기현상은 국가와 지역을 떠나 거의 공통된 모습 같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파멸을 결론으로 내세우는 것은 성급하고 과도하지 않을까? 그의 설명을 듣고 보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특히 자본주의는 자연과 자원을 초토화시키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파괴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필요를 강요하며, 필수적인 것 속에 불필요한 것도 최대한 집어넣고, 상품의 폐기 속도를 가속화하고, 그 내구성을 감소시키고, 최소한의 필요를 가능한 한 최대의 소비로 충적시키라고 강요한다. 지구를 함부로 파헤치는 행위, 생명의 자연적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결과다."

그렇다면 해법은 있는가? 탈출구는 대체 뭐란 말인가? 고르스는 성장중심주의가 운을 다했다며 탈성장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한다. 탈성장은 살아남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소비자나 노동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관점에서 진정한 삶의 주체로 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자본주의 뛰어넘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정보혁명에 따른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다. 자본주의는 지식과 체험을 자본화하는 인적 자본 중심의 지식경제 체제로 나아가려 하나 '비물질적인' 지식 자체가 갖는 무상성(無償性) 때문에 결국 자본주의 경체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로 맑스주의를 넘어 생태주의로, 생산력주의를 넘어 인간주의로, 노동사회를 넘어 문화사회로, 자본주의를 넘어 민주사회주의를 제시한다. '자본주의'의 반대는 곧 '공산주의'라며 이념적 경직현상을 보이는 우리 사회에 제3의 길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시해온 삶, 기술, 노동 등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교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물신주의와 구조주의를 넘어 인간의 역동적 주체성과 공유 및 나눔에 기초한 새로운 경제, 그리고 여유와 사랑이 충만한 삶을 찾아가자는 얘기. '충분함'의 윤리에 기초한 자율규제를 통해 생산, 유통, 분배, 소비, 재생, 활동, 여가, 안전 등 삶의 전 과정을 새롭게 구성하자는 것이다.

고르스는 생태사회적 정치의 핵심을 노동시간과 무관한,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 자체와도 아무 상관없는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생활이나 환경이 돈벌이 경제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 경제적 합리성이 적용되지 않는 활동영역이 온 사회에 늘어나는 것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그는 자본가뿐 아니라 그 지배질서 속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노동계급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비판을 가한다. '돈벌기'에만 급급한 양자는 모두 공모관계에 있다며 여기에 예속된 노동계급은 더 이상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근래들어 한국사회에서도 논의되기 시작한 기본소득과 일자리 나누기 등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공동화(共同化)와 상생(相生), 무상(無償)의 지식경제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갈라파고스. 21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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