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지원 기대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 일치
<김정은 방러 움직임> ④ 북한, 외교적 고립 탈피
러시아, 동북아 외교력 확대…신동방정책 성공에 필수
경제적 지원 기대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 일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북한은 미국, 한국과의 관계가 얼어붙고 전통 혈맹인 중국과의 관계까지 흔들리자 국제적 고립 탈피를 위해 외교 다변화에 나섰고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구애' 공세는, 시베리아·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신동방 정책'을 추진하며 동북아지역으로 눈을 돌리던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의 관계가 단절된 러시아의 대내외 여건과 맞물리며 극적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5월 옛 소련 시절 북한이 러시아에 진 109억 달러의 채무 가운데 90%를 탕감해 주면서 소련 붕괴 이후 양국 관계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돼온 채무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급속도로 진전돼온 북한과 러시아의 유대관계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다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북한 끌어안기에 나선 것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 고립 정책에 동참했던 1990년대의 외교적 실패 경험을 통해 북한과의 협력 관계가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강화시켜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깨달음을 통해 러시아는 북한과의 협력 관계를 동북아 지역에서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카드로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
북한과 적대 관계에 있는 미국과 한국은 물론,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을 상대하는 데서도 북한과의 우호 관계가 유용한 카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미국-일본-한국 동맹에 맞서는 러시아-중국의 전략적 협력 틀에 북한을 끌어들여 북방 3각동맹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서방 관계가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최악의 국면에 들어가면서 대서방 대결 전선의 '선봉'에 서온 북한이 러시아에 가지는 효용성은 한층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공세적 대외 정책을 지지한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정치·외교적 고려 외에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신동방 정책 추진에서도 북한은 중요하다.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기(2012~2018년) 집권기의 최대 역점 사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시베리아·극동 개발 프로젝트(신동방 정책) 성공을 위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신동방 정책 성공의 열쇠가 러시아 극동과 이웃한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의 공조와 이 국가들로부터의 투자 유치임을 감안할 때 동북아 지역 상황 안정화는 러시아에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 과제다.
동북아지역 안보의 최대 위협 요소인 북핵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통제되거나 해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 활성화를 통해 북핵 문제가 주는 안보 위협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 묶어 두고 미국·한국 등과의 협상을 중재함으로써 동북아지역 상황의 안정화를 도모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위협 통제는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 사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추진에도 필수 조건이다.
당장 러시아가 공을 들이고 있는 '나진-하산 복합 물류 프로젝트'와 이 사업의 연장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북핵 협상 진전이 필수적이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한국 수출을 위한 북한 경유 한국행 가스관 건설 사업, 같은 노선의 송전선 건설 사업 등의 실현을 위해서도 북한 위협이 해소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위협 통제를 위한 일정 정도의 양보 조치를 얻어내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가 동북아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내세울 수 있는 큰 공적이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러 협력 사업에 소극적인 한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을 통해 든든한 정치·외교적 우방을 확보하는 한편 일정한 경제 지원을 얻으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처럼 북한에 무상 경제원조를 제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방 제재와 국제 저유가에 따른 경제난으로 그럴 형편도 못될뿐더러 그럴 의지도 없어 보인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가 옛 소련 시절 무상원조 방식에서 벗어나 철저히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것임을 수시로 강조해왔다.
또 설령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북한의 기존 맹방인 중국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양국 교역 규모가 두 나라의 목표대로 2020년까지 지금의 약 10배인 10억 달러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북-중 교역 규모(65억 달러)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점이 그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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