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종전40년> 적국에서 경제협력 파트너로

편집부 / 2015-04-29 18:50:08
지난해 양국 교역액 사상 처음 300억달러 돌파
한국, 일본 제치고 베트남 최대 투자국 부상
△ <한-아세안>한-베트남FTA, 28개월만에 타결 (부산=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부휘황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이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양국 FTA 실질 타결 합의 의사록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14.12.10 uwg806@yna.co.kr

<베트남 종전40년> 적국에서 경제협력 파트너로

지난해 양국 교역액 사상 처음 300억달러 돌파

한국, 일본 제치고 베트남 최대 투자국 부상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40여 년 전 전장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이제 끈끈한 경제 파트너로 바뀌었다.

1975년 종전과 함께 통일국가를 이룬 베트남은 1986년부터 채택한 '도이 머이'(Doi moi·쇄신) 정책으로 개혁·개방에 성공한 뒤 중국을 뒤쫓는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벼농사와 유교라는 뿌리 깊은 문화적 동질감에도 골이 깊었던 양국 관계가 급진전되기 시작한 것은 한때 피를 흘렸던 안타까운 과거사를 뒤로하고 1992년 12월 역사적인 한·베트남 수교를 하면서다.

한국은 1965년 8월 베트남 전쟁에 전투병 파병을 시작해 1973년 3월 철수할 때까지 32만명의 장병을 참전시켰으며 5천여명이 숨지고 1만1천여명이 부상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주둔했던 베트남 중부의 꽝응아이성과 남부의 카잉호아성에는 1996년 현대비나조선소와 2007년 두산비나가 진출하면서 주둔지가 생산 기지로 바뀌었다.

과거 역사의 교훈은 그대로지만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서 전쟁의 상흔도 점차 치유되고 있다.

베트남에는 13만여명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12만명 가량의 베트남인이 살고 있다. 한국 거주 베트남인 가운데 5만명은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인 탓에 베트남에서는 한국을 '사돈의 나라'로 부르기도 한다.

베트남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전례 없는 경제 성장을 일궈낸 한국을 모델로 삼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근대화의 밑거름이 된 '새마을운동'을 '농톤 머이'(Nong thon moi·새 농촌)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한류 열풍 속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쟁으로 각인됐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사라져가고 있다.

축적된 신뢰를 기반으로 양국의 정치적 관계는 2001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재정립된 뒤 2009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이처럼 수교 이후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전방위 교류와 협력이 확대됐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괄목할 만한 관계 진전이 있었던 것은 경제 분야다.

한국과 베트남의 지난해 교역액은 전년보다 7.4% 늘어난 303억4천만 달러로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액은 6.0% 증가한 223억5천만 달러, 수입액은 11.4% 늘어난 79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양국 교역 규모는 외교관계를 수립한 1992년 4억9천만 달러에서 60배 이상 증가했다.

교역 확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00년 20억 달러를 처음 돌파한 지 10년 만인 2010년 100억 달러를, 그로부터 2년 뒤인 2012년은 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다시 2년 뒤 300억 달러로 올라선 것이다.

2년 4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작년 12월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양국의 경제 교류는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베트남 FTA는 지난달 가서명을 마쳤으며 다음달 정식서명과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연내 발효될 전망이다.

양국은 2013년 정상 회담에서 경제 협력을 확대해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700억 달러로 늘리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베트남은 현재 우리의 9번째 교역국이자 4번째 투자상대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베트남에 73억2천만 달러를 투자해 일본을 제치고 베트남에서 최대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베트남 전체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의 36.2%를 차지했다.

누적 투자 규모도 작년 말 현재 4천110건, 총 372억 달러로 베트남에 진출한 60개국 가운데 1위다.

현재 베트남에는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두산중공업[034020], 포스코[005490] 등 3천400여개의 한국 업체들이 진출해 있으며, 80만명 이상의 현지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전세계에 판매하는 휴대전화의 40%를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잉응웬성 공장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263억 달러의 수출 실적으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17.5%를 담당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110억 달러가 넘는다.

LG전자는 2028년까지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복합 생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CJ그룹은 남부 동나이성에 연산 27만t 규모의 사료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으며 롯데는 수도인 하노이 중심가에 65층짜리 복합건물을 완공한 데 이어 남부 호찌민 트디엠 지역 10만㎡ 부지에 복합 상업단지인 '에코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무엇보다 갈수록 확대되는 무역 불균형이 양국 교역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은 베트남을 상대로 143억6천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한국 내 베트남 노동자들의 불법체류 문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하느냐 여부가 앞으로 양국 관계의 발전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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