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위 계승구도 급변…친정체제 강화 배경은

편집부 / 2015-04-29 16:36:19
△ 사우디 '국왕 계승 서열 1위' 전격 교체 (마나마<바레인> AP=연합뉴스) 지난 1월 즉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79) 국왕이 29일(현지시간) 칙령을 통해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69) 왕세제를 물러나게 하고 무함마드 빈 나예프 부왕세제를 대신 책봉했다. 사우디에서 왕세제는 국왕 계승 서열 1위의 자리다. 사진은 지난 2013년 11월28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걸프협력이사회(GCC) 내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나예프의 모습. 2010596@yna.co.kr

사우디 왕위 계승구도 급변…친정체제 강화 배경은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29일(현지시간) 왕위 계승 '0순위'인 무크린 왕세제를 전격 교체한 것은 전임 국왕의 흔적을 지우고 친정체제를 신속히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크린 왕세제가 서열대로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해 3월 예상을 깨고 그가 부왕세제로 책봉됐을 때부터 나온 게 사실이다.

사우디 왕실의 실세인 '수다이리 세븐'(초대국왕의 아내 중 한명인 핫사 빈트 아흐메드 알수다이리가 낳은 7형제)의 견제가 워낙 심했던 탓이다.

수다이리 세븐 혈통은 살만 국왕을 포함, 국왕 2명과 왕세제 2명을 배출한 핵심 세력이다.

반면 무크린 왕자는 왕실에서 영향력이 사실상 전무했다. 압둘아지즈 사우디 초대 국왕의 34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그의 어머니는 사우디 명문가가 아닌 예멘 출신이다. 게다가 초대 국왕의 아들 가운데 막내로 변변한 세력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압둘라 전국왕은 '무명의' 무크린 왕자를 부왕세제로 세워 수다이리 세븐을 견제하려 했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견됐던 무크린 왕자의 교체 시기가 살만 국왕이 즉위한 지 석 달만으로 상당히 일렀다는 점은 의외다.

일단 살만 국왕이 예멘 반군 공습으로 자신의 국정 장악 능력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과 맞물려 사우디는 사실상 독자적으로 이번 예멘 공습을 결단함으로써 '미국의 중동 대리인'이라는 딱지를 떼는 계기를 마련했다.

살만 국왕 정권의 통치력이 존재감을 발휘하게 된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압둘라 전국왕이 곳곳에 심어놓은 반(反)수다이리 세력의 저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데다 예멘에서 사실상 전쟁을 치르면서 왕권 강화의 명분도 생겼다.

아울러 살만 국왕이 80세의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무크린 왕자의 왕위 계승 구도가 굳어지기 전에 조속히 친조카와 아들을 왕위 계승 서열 1, 2위로 책봉, 왕권을 둘러싼 다툼의 싹을 아예 제거한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왕실 경호와 국가 기반시설 경비가 주 업무였던 국가수비대를 예멘 쪽 국경지대로 옮긴 것도 왕권 강화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다.

국가수비대는 정규군, 경찰과 함께 사우디 왕실을 받치는 3대 축 중 하나로 총사령관 무타이브 빈압둘라 알사우드는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이다.

이들에게 국경 수비 임무를 부여한 것은 살만 국왕의 휘하인 정규군에 편입해 압둘라 전 국왕의 세력을 약화하려는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

이번 왕세제 교체는 1953년부터 이어진 초대 국왕의 아들 세대의 퇴장이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둘 수 있다.

초대 국왕의 손자 세대는 사우디 정부의 내각의 주축이다.

예멘 공습 과정에서 부왕세자가 된 살만 국왕의 30대 아들이 국방장관 역할을 무난히 수행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예멘 결의안 의결에서 러시아가 기권하도록 하는 등 손자 세대가 국정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

1975년부터 국왕 4대를 거치며 외무장관을 맡아 세계 최장수 기록을 보유한 사우드 알파이잘(75)이 40년 만에 바뀐 것도 이런 세대 교체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전 세대보다 젊고 독립적인 성향의 손자 세대가 이끄는 사우디는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동과 국제 정세에 대해 좀 더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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