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에 담긴 정성엔 화해와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이근호 대표, 손으로 편지쓰기 운동 전국 확산 앞장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벽에 붙은 누군가의 손편지에서 자신과 같은 아픔이 담긴 글을 읽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받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근호(57) 손편지 운동본부 대표는 29일 "손편지 쓰기 운동은 생명 운동"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4년째 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이 대표는 2012년 강원도 춘천 외곽의 조용한 마을로 무작정 갔다. 숨 가쁘게 달려와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고자 갑자기 결정했다.
이곳에서 1년간 머물며 사회 각계각층과 지인에게 손편지를 썼다. 손으로 '꾹꾹' 눌러 편지를 쓰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고 이때부터 '손편지 전도사'가 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북한강 철교 쉼터 2층에 있는 '손편지 이야기관'을 중심으로 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좋은 취지에 우정사업본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가 이름을 붙인 '느린 우체통'이 대표 사업이다.
손편지 이야기관에는 '물빛등대 우체통'이 설치됐다.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헤어진 연인에게 편지를 쓰면 이곳으로 배달된다.
이 우체통은 조만간 손편지 이야기관 2층에서 옥상으로 옮겨지며 항상 불이 켜져 바로 옆 철길을 지나는 열차에서도 볼 수 있다.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 있는 '북녘 하늘 우체통'에는 북에 두고 와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모인다. 북한에 배달되지는 않는다.
그는 다음 달 8∼10일 열리는 구리시 유채꽃 축제에 맞춰 '마음꽃 우체통'을 설치한다. 행사장에서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쓰면 1년 뒤 배달된다.
독도에 방문해 편지를 쓰면 일정기간이 지난 뒤 배달되는 '독도 등대 우체통'도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손편지의 소중함을 알리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20∼23일 전남 순천초교생들과 대구 동일초교생들이 손편지를 주고받았다.
지난해 양평군 양서고교생들이 총기사고가 난 부대에 위문편지를, 지난 2월에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 초교생들이 취임 3주년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각각 보내기도 했다.
30일에는 남양주시 도농중학교 학생들이 독도경비대에 위문 손편지를 보낸다. 일본의 독도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응해 중학생들의 역사의식을 높이고자 이 행사를 마련했다.
6월 25일에 맞춰 70대 이상 노인들이 6·25 전쟁 참전 16개국 대통령에게 이제 막 깨우친 글로 감사의 편지를 쓰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는 인성·감성을 회복하고 배려·용서·화해·치유의 힘이 있다"며 "성금을 1천원씩 모아 '국민 편지 박물관'을 건립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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