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T-TEL 합병철회 배경에 공정거래위 있었다
국제공조 통해 '합병 부작용' 입장 전파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세계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와 3위 업체 도쿄 일렉트론(TEL)이 합병 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관련 심사절차를 마무리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는 국제공조를 통해 진행한 심사 결과 양사가 합병하면 경쟁이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를 AMAT와 TEL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두 회사는 2013년 9월 합병을 결정하고 네덜란드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두 업체는 같은 해 1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미국·중국·일본·대만 등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이 발생하는 나라의 경쟁당국에 계획을 알렸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거대 공룡 반도체 장비업체가 탄생해 독점 시장이 형성되고 다른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는 심사 초기부터 국제공조를 통해 합병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를 다각도로 검토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회사가 반도체 공정과 관련한 대부분의 장비 시장에서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일부 경쟁자와 시장을 나눠먹는 복점 상태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장비 가격이 오르고, 제품 사후 관리 서비스(AS)가 중단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AMAT와 TEL이 합병하면 거의 모든 반도체 전공정(front-end manufacturing) 장비를 취급하게 되므로 끼워팔기 등을 통해 경쟁사업자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다.
두 회사는 현재 차세대 장비개발 능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합병 후 기술혁신 경쟁이 저해될 우려도 제기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결과를 낳아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AMAT와 TEL은 장비별로 관련 자산을 매각하겠다며 자진해 시정방안을 내놨지만, 공정위는 이것만으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다.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DOJ)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27일 중첩 분야 장비를 취급하는 사업부 전체를 매각해야만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달했고, 결국 두 회사는 이날 기업결합을 전격 취소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받은 후 인수·합병(M&A) 계획을 철회한 것은 2010년 철광석 생산업체인 BHP빌리턴과 리오틴토 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공정위는 AMAT와 TEL 측에서 기업결합 신고철회서를 정식으로 제출하면 심의절차를 종료할 예정이다.
공정위 박재규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이번 사건은 공정위와 외국 경쟁당국이 긴밀하게 공조해 이뤄낸 성과"라며 "AMAT와 TEL에 여러 국가가 일관된 입장을 전달해 기업결합 철회를 이끌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정책관은 "반도체 시장에서 우려한 장비가격 인상이나 개발 지연 같은 피해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며 "국내 업체가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시장환경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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