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가스社, 저유가로 채무 급증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세계의 석유.천연가스 기업들의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터분석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국영과 민간 석유·가스 회사들이 올해들어 달러와 유로, 엔화 표시로 발행한 회사채는 868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어난 것이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유럽과 중동, 아프, 미국의 상당수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메이저 석유회사인 엑손과 셰브론도 가세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채 증가세가 완만하다. 하지만 중국석유화학(SINOPEC)이 지난주에 64억 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해 눈길을 끌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중국해양석유(CNOOC)와 중국석유가스(CNPC) 등 다른 두 국영기업들도 앞으로 수주일 안에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에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는 6년만에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50억 달러를 조달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 회사들이 신디케이트 론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한 금액은 지난 연말 현재 2조5천억달러에 이른다. 2006년말의 1조엔에 비해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BIS는 이런 추세에 대해 부채가 지나친 기업들이 이자 지불을 위해 더 많은 석유를 생산, 공급과잉을 불러일으켜 에너지 가격의 침체 기간을 연장시키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회사들은 지난해 여름 이후 반토막이 난 것도 부분적으로 석유 기업의 차입을 늘어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셰브론과 BP, 프랑스의 토탈 등이 비용 절감책을 발표했지만 유가 하락은 매출이 비용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메이저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계획을 진행하고 주주들에 대한 배당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차입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머징 마켓의 국영기업들도 이런 압력에 면역돼 있지 못하다. 2006년 이후 러시아 석유회사들의 차입은 매년 평균 13%씩 증가했다. 브라질과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각각 25%와 31% 늘어났다는 것이 BIS의 통계다.
저금리 추세로 차입 비용이 낮은 것도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또다른 배경이다. 투자자들 쪽에서는 저금리 환경에서 고금리 회사채가 매력적인 자산이다.
비록 유가는 떨어졌지만 민간 석유회사들은 전반적으로 견조한 대차대조표를 유지하고 있다. 국영기업들은 정부라는 든든한 배경 덕분에 여전히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석유, 천연가스 회사들의 회사채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스탠퍼드 C.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닉 그린은 에너지 부문에서 발행된 고금리 회사채는 총 1천66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320억 달러는 고위험 회사채로 본다고 말했다.
석유업계의 투자 축소는 궁긍적으로 생산량 확대 추세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경제에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일부 국가들은 이미 세수 감소, 국영석유기업들의 배당 감소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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