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서 사우디-알카에다-IS '뜻하지 않은' 3각 연대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쿠데타를 일으킨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가 삼면으로 포위됐다.
시아파 반군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주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라는 기묘한 조합이다.
이들이 반군을 격퇴한다는 명분하에 전략적으로 손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전쟁터의 법칙에 따라 결과적으로 연대를 맺은 셈이다.
뜻하지 않게 구성된 3각 연대는 종파적으로 이란에 반대하는 수니파라는 공통분모로 묶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군이 현재 예멘에서 수도 사나와 정치적 실권을 장악한 만큼 이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실익이 가장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부터 예멘 반군을 한 달 넘게 집중 폭격중이다.
사우디는 반군 후티의 배후를 시아파 맹주 이란으로 확신하는 터라, 지리적으로 자신의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예멘에 이란의 교두보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이번 공습을 통해 확실하게 했다.
AQAP와 반군 후티의 무력충돌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했다.
지난해 9월 사나를 점령한 후티는 자원이 풍부한 예멘 중남부로 세력확장을 시도했고, 이곳에 근거를 둔 AQAP와 수없이 교전을 벌였고 반군을 겨냥한 AQAP의 폭탄테러도 잦다.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조직 AQAP는 예멘 중남부에 터를 잡은 수니파 부족과 연대해 후티에 맞섰다. AQAP는 특히 종파적으로 수니파에 적대적인 시아파 반군이 정권을 잡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AQAP와 후티와 갈등은 그러나 최근의 일은 아니다.
AQAP는 2011년 1월 인터넷을 통해 "사다, 암란, 알자우프에 있는 시아파 후티에 대해 성전을 벌이겠다"며 이들 예멘 북부에 있는 수니파의 동참을 촉구했다. AQAP는 당시 후티를 이란이 지원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 IS도 후티 격퇴에 가세했다.
IS는 무장한 조직원들이 반군 후티를 살해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시하면서 '공식 활동'을 선언했다.
앞서 IS 예멘 지부를 자처한 조직이 지난달 사나의 모스크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단(시아파)인 후티를 박멸하고 이란과 관계를 끊을 때까지 IS는 쉬지 않을 것을 알아야 한다"며 후티에 반감을 표시했다.
AQAP가 IS와 선을 분명히 긋고 있기 때문에 두 테러조직이 연대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지만 다른 지역에서 경쟁 관계인 이들이 예멘에선 시아파 반군과 공동전선을 형성한 것은 사실이다.
예멘 반군을 공적으로 한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세력의 '연대'는 당장은 반군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지만, 반군이 철수해도 또 다른 세력 다툼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예멘으로선 불행의 씨앗이 잉태된 셈이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