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세상] 생각의 원리 파헤친 '진짜 공부법'

이채봉 기자 / 2015-04-26 09:00:08
'생각의 시대' vs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생각의 도구라는 차원에서 보면 인간의 모든 이야기는 같다. (중략) 인류가 탄생시킨 모든 문명이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김용규)

"마음의 수공구들은 '이름표'와 '예', '유비와 은유', '발판 놓기', 그리고 직관을 불러일으켜 명제를 논파하며 진심으로 무릎을 치게 하는 사소한 이야기들인 '직관펌프'다." (대니얼 데닛)

독일에서 수학한 철학자 김용규씨가 집필한 '생각의 시대'(살림)와 미국 철학자 대니얼 데닛씨의 저술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동아시아)는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자체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생각의 도구들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철학의 범주에 속하는 저술들이지만, 고도의 심오함으로 무장한 '자기계발서' 라고 할 만하다. "7번만 읽으면 통달할 수 있다는" 뻔한 논리만을 지겹게 반복하는, 최근 유행하는 한 일본 저자의 공부법 저술과는 내용과 격이 다르다.

뭐든지 속성으로 배워야 직성이 풀리는 독자들이라면 애초 책을 집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재미없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와 반대로 두 책 모두 흡입력과 가독성이 뛰어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일반적 독자들이라면 책에 담긴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저자가 쏟아낸 공력과 다루는 범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고대 서양철학자들이 남긴 5가지 생각의 도구 = '생각의 시대'는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자들이 약 400여년에 걸쳐 개발한 시원적 생각의 도구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인류사회 발전의 근원이 기원전 8세기에서 5세기 사이 그리스인들의 사유 체계였다고 분석한다. 사유와 언어의 기본적 도구는 은유(메타포라)이며, 이를 토대로 원리(아르케)와 언어의 구조(로고스), 수(아리스모스), 수사(레토리케)가 어떻게 생각의 본질을 이루는 지 역사적 경험과 그간의 학문적 성취를 토대로 풀어냈다.

'은유'를 문학의 수사법 정도로 이해한다면 생각의 도구인 은유의 실체에 도달할 수 없다. 여기서 은유란 생각의 '샘'과도 같은 것이다. "시간은 돈이다." 이는 멋들어진 은유다. 이를 통해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고 귀중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가능해진다. 은유를 통해 생각이 가지를 치고 발전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같이 5가지 생각의 원리가 역사와 지식의 체계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 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논증했다. 생각의 원리를 키우기 위해 시와 추리소설을 권장하고, 부모가 아이 앞에서 책을 읽어주는 게 올바른 교육법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 현대철학 체계 아우르는 생각의 도구 77가지 = 대니얼 데닛 미 터프트대 철학 교수는 현대철학의 성과와 논점들을 압축해 보여주는 77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풀어냈다.

철학적 사유의 방식을 개념화하고 유형화해 숙지하면 창의적인 생각의 전개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즉 이 같은 생각의 도구들은 의식에 달린 '손', '발'과 같다.

관점을 달리하면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찾는 쉬운 길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 같은 깨달음을 주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직관펌프'라 명명했다.

하지만 철학은 기껏해야 실수를 남발할 뿐이다. 저자가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건 철학이 저질러놓은 실수를 통해 배우라는 것이다. 비평시 타인의 논리적 주장의 범주에 따르라는 '래퍼포트의 규칙', 논리적 절제의 미덕을 뜻하는 '오캄의 면도날' 등 철학사의 주요 쟁점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77가지 생각의 기술은 그 같은 실수에 대한 분석 모음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생각의 도구들을 유형화함에 있어 직관적 사유의 방법에서 의미로, 다시 진화로, 그리고 의식과 그의 존재론적 물음을 담고 있는 자유의지의 문제로 확장해나가는 논리적 전개 방식을 취한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느냐'는 인식론적 물음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존재론'의 영역으로 이동해가는 방식으로 이해되며, 철학이 제기해온 쟁점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가히 '도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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