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연합뉴스) 2014년 글로벌 지역전문가 과정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파견된 우리은행 이길모 대리가 문화체험을 하며 현지 어린이와 찍은 사진. 2015.4.25. <<우리은행 이길모 대리 제공>> |
넥타이 풀고 해외시장 개척자로…은행원들의 변신
우리은행 글로벌 지역전문가 운영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일반적으로 '은행원'의 이미지라면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조여맨 채 하루 종일 숫자와 씨름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금리·저수익 영업환경 속에서 각 은행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면서 그림이 달라지고 있다.
첨병 역할을 맡아 낯선 땅에서 새 길을 찾는 개척자로 변신한 은행원들의 얘기다.
우리은행[000030]이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운영하는 글로벌 지역전문가 과정의 참가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은행은 지점이나 사무소가 없는 나라 중에서 잠재력이 큰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약 6개월 과정의 지역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이들은 동반자도 없이 체재비만 달랑 들고 해외로 나가 낯선 환경에 몸을 던진다.
현지인들의 실제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겪어봐야만 시장이나 규제 동향을 생생히 파악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들에게는 현지 생활유지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 등의 지원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은행 성수남지점의 이길모 대리는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았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프리카 대륙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발을 디뎠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곳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이 대리는 "처음에는 치안 문제 때문에 슈퍼마켓에 가는 것도 엄두를 내지 못할 지경이었다"면서 "우선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숙소를 잡고 우연찮게 여행사를 운영하는 젊은 친구를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 후 가지를 치듯 현지 인맥을 조금씩 넓혔고, 코트라(KOTRA)를 통해 현지 주재원 모임에 참여하면서 네트워크를 넓혔다.
그렇게 남아공의 환경과 비즈니스 문화를 익힌 뒤 현지 금융기관 쪽으로 인맥을 확장했다.
이 대리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은행은 23일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남아공 스탠더드뱅크와 업무제휴를 하고 올 상반기 중 이 은행 본사에 한국 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국제부의 양승환 과장은 2012년 8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칠레에서 생활했다.
당시에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가미된 형식이었다.
양 과장은 "완전히 혼자서 칠레로 떠나 '맨땅에 헤딩'을 했다"고 웃었다.
"영어는 안 통하고, 스페인어를 제대로 못해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안 됐죠."
지진이 잦은 나라인데 공부하던 중에 갑자기 대피신호가 울려 화들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훈련상황이더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양 과장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칠레에 대해 양 과장은 "지리가 한국과 비슷하고, 급격히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다"면서 "오후 2시면 은행 문을 닫고, 외국인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가 부족해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칠레에 우리은행이 진출할 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양 과장이나 이 대리처럼 2002년부터 글로벌 지역전문가로 홀로 파견된 우리은행 직원은 59개 지역 113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11명을 파견한 우리은행은 올해 필리핀, 라오스 등 진출예정 지역을 포함한 15개국에 15명의 글로벌 전문인력을 또내보낼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을 뛰어넘으려면 해외수익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고 이를 추진하려면 글로벌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며 M&A를 통한 해외진출을 늘리기 위해 글로벌 M&A 전문인력도 2명 채용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이미 가장 많은 185곳의 국외 네트워크를 갖췄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전문인력을 앞세워 올해 말까지 210곳, 중장기적으로는 300곳 이상으로 해외 영업망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