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기관, 미국 정보 넘겨받아 유럽서 사찰 활동
군수업체·정부기관 등 대상…총리실에 보고도 안 해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으로부터 유럽 주요 군수산업체 인터넷 IP 주소 등을 넘겨받아 대신 사찰 활동을 벌여왔다고 슈피겔 온라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 정보기관의 공조 행위가 있었던 사실은 진작 드러났지만, 이러한 타깃 감시 협력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슈피겔 온라인은 BND가 지난 10여 년 동안 특정 감시 대상의 IP 주소, 휴대전화 번호, 그 밖의 다른 신분정보를 전달받아 NSA 대신 자체 감시 시스템을 동원해 정보수집 행위를 했다고 전했다.
사찰 대상에는 지난해 에어버스로 이름을 바꾼 EADS, 유로콥터, 프랑스 정부기관들이 포함돼 있었다.
BND 요원들은 2008년 이후 자신들의 행위가 양국간 테러대응 협력협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BND 자체 규정에도 벗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지만, 지난달까지 총리실에 관련 내용을 전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결국, BND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2013년 여름께 조직적으로 실태 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 NSA가 서유럽과 독일에서 4만 개 특정 사찰 대상을 골라서 넘긴 것으로 파악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은 이 보도가 나온 이후 성명을 통해 "BND는 이 복잡한 사안을 명쾌하게 해명하고, 조직의 기술적·조직적 결함을 수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독일과 유럽 시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도·감청 행위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런 설명에도 베른트 릭싱어 좌파당 당수는 수년간 BND가 NSA의 지부처럼 역할한 것 아니냐면서 게르하르트 신들러 BND 국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BND가 수년간 독일 시민의 인터넷 개인정보를 NSA에 넘겨왔다는 주제의 보도에서 유사한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신문은 유출(전달) 경로로 지목되는 프랑크푸르트 네트워크망에서 BND가 정보를 걸러내는 프로그램을 사용했기 때문에 (설혹 유출됐더라도) 독일 시민의 정보는 NSA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하지만, BND 스스로 이 프로그램이 정보를 완전히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BND는 또 프로그램 사용 때 'Eikonal'이라는 암호명으로 접근에 제한을 뒀지만, 독일 정보가 미국 쪽으로 누설되는 것을 막지 못했고 NSA가 에어버스 같은 대형 우주항공업체와 프랑스 정부기관을 감시하려 한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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