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국악과 재즈, 흥과 즉흥이 닮았죠"

편집부 / 2015-04-23 15:39:37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변신
△ <<국립극장 제공>>

나윤선 "국악과 재즈, 흥과 즉흥이 닮았죠"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변신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국악과 재즈는 흥이 있고, 즉흥이 있는 음악이라는 점이 닮았죠. 새로운 음악적 만남으로 창의적 무대 보여 드릴게요."

세계를 사로잡은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46)이 국립극장 대표 레퍼토리인 '여우락(樂)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변신했다.

2010년 시작해 올해로 6년째를 맞는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새롭고 괜찮은 우리 음악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 전통음악에 클래식, 재즈, 록 등 다양한 음악을 접목한 신선하고 다채로운 공연으로 젊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해마다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인기 공연이다. 올해는 7월 1∼26일 국립극장에서 이어진다.

나윤선은 지난해까지 3년째 여우락을 지킨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양방언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 처음으로 예술감독을 맡았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의 '삼고초려'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때마침 올해를 '안식년' 삼아 4월부터 일정을 비워둔 상태여서 가능했다. 그는 프랑스 자택을 다 정리하고 경기도 가평에 작은 집을 마련했다.



23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나 예술감독은 "우리 음악을 잘 알지 못해서 여러 번 고사했다"며 "그러다 즉흥이라는 데서 많이 닮은 우리음악과 재즈를 연결해줬으면 한다는 설득에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안호상 극장장은 "여우락에서 국악과 재즈의 접목을 몇 번 시도했는데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 예술감독의 예술성을 여우락에 가미하면 완성도가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매달렸다"고 말했다.

안 극장장은 "나 예술감독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은 만큼 이분에게 국악의 DNA를 심으면 우리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며 "국내 젊은 국악인들에게 새로운 에너지와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나 예술감독은 "국악을 배우는 과정이고, 학생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우리 음악과의 인연은 깊다. 나윤선이 여러 버전으로 부른 '아리랑'은 그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아리랑'은 처음부터 제가 하려던 것이 아니라 저와 8년째 함께 활동한 스웨덴 기타리스트가 먼저 제안해 부르게 됐어요. '아리랑'이 너무 좋다며 편곡을 했으니 같이 해보자더군요. 외국 재즈 뮤지션, 특히 북유럽 음악가들은 민속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국은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느껴졌죠."

2013년에는 거문고 명인 허윤정 등 국악 연주자들과 국립극장에서 협연 무대를 열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쉬면서 본격적으로 국악 공부를 해 볼 참이었는데 예술감독 제의를 받게 된 것이었다.

"우리 소리에 관심이 생겼어요. 외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외국인들이 제게 묻곤 해요. '네 소리는 한국음악에서 나오는 소리니?' 하고요. 그래서 내 소리가 한국의 소리고, 뭔가 다른 것이 있나 생각하기 시작했죠. 계속 해외공연을 다니다 보니 공부를 하거나 재충전할 시간이 없었는데 올해는 쉬면서 꼭 해보자 한 거에요. 새로운 발성과 테크닉을 배우게 되면 더 자유롭고, 풍성하게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정가를 좀 배우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판소리도 해보고 싶습니다."

올해 여우락 콘셉트는 "창의성"이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해외 음악가들을 다수 초청, 국악인들과 협연 무대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한국음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우리 음악가들이 해외 나가서 공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해외 음악가들을 데려와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도록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세계 음악계에 입소문이 날 것이고, 언젠가 그들도 우리 음악가들을 데리고 나가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줬지만 한 가지 따로 제안한 것이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어렵다고 생각했던 국악의 멜로디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고 쉬운 멜로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는 "민속음악의 강점은 생명력"이라며 "유럽에서도 보면 민속음악은 굉장히 단순해서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아직도 젊은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는 시인 고은도 무대에 선다. 과거 낭독회로 고은 시인과 인연을 맺은 나 예술감독이 "국악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며 참여를 요청했고 시인은 흔쾌히 승낙했다.

나 예술감독이 고은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고은 시인도 시를 읊는다. 특히 나 예술감독의 부탁으로 우리 음악에 대한 고은 시인의 새로운 시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

나 예술감독은 "'여우락'이 40∼50년 쭉 이어가서 여기서 공연을 보고 다양한 음악을 접해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우리 음악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귀를 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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