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시인 다니카와 시선집 '사과에 대한 고집'

편집부 / 2015-04-22 19:20:28
△ 일본 '국민 시인' 다니카와 �타로 시선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일본 '국민 시인'으로 불리는 다니카와 �타로의 시와 산문 일부를 한글로 번역한 시선집 '사과에 대한 고집'이 출간됐다. 책 출간을 기념해 22일 방한한 다니카와 작가가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5.4. 22 <<비채 제공>> photo@yna.co.kr

일본 국민시인 다니카와 시선집 '사과에 대한 고집'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193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시인 다니카와 �타로(谷川俊太郞)는 21살이던 1952년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으로 일본 문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로 그의 나이 84세, 시력(詩歷)은 63년이 지났다.

그가 등단 이후 최근까지 발표한 작품 가운데 시 46편과 산문 8편이 한글로 번역돼 시선집 '사과에 대한 고집'으로 출간됐다.

"머리가 막 나오기 시작했을 때 아기가 묻는다 / '아버지, 생명보험은 얼마짜리 들었어?' / 나는 황급히 대답한다 '사망 시 삼천만 엔인데' / 그랬더니 아기가 말한다 / '역시 태어나지 말아야겠다'"(탄생)

"내가 그저께 죽었기 때문에 / 친구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였다 / 놀랍게도 내가 생전에 전화받기도 싫었던 그놈이 / 새하얀 벤츠를 타고 와 / 엉엉 소리내어 울고 있다"(장딴지)

"밤의 미키마우스는 / 낮보다 난해하다 / 오히려 망설이면서 토스트를 갉아먹고 / 지하 수로를 산책한다"(밤의 미키마우스)

그의 시는 일상적이면서 재치 있다. 이렇다저렇다 꾸미는 화려한 수식이 없고 문장부호도 최소한으로 아낀다. 그러면서도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는 언어는 그를 일본의 국민 시인으로 만들었다.

방한한 22일 서울 중구 정동의 음식점에서 기자를 만난 다니카와는 "독자들이 시를 이해한다기보다 음식처럼 맛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이 아닌 다른 차원의 '감동'을 느꼈으면 합니다. 마음에 든다면 읽으면 좋고요, 싫다면 안 읽어도 좋습니다."

말에서 묻어나듯, 그는 뭔가에 얽매이고 정의되는 것을 싫어한다. '시인'이라는 이름조차 불편하다고 한다. 국민 시인이라는 말에는 손사래를 쳤다.

"시인이라는 말 자체에 가치가 들어가 있는 것 같거든요. 보통 사람과 다른 것 같은 느낌요. 세무 서류에도 '시인'이라고 쓸 수 없어서 '저술업'이라고 씁니다."

그는 부모님 등쌀에 고등학교는 겨우 졸업했지만 대학교는 끝까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작사한 교가(校歌)만 150여 개다.

"학교를 싫어하는 인간이 교가를 쓰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은 학교가 점점 더 보수화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가사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 가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짚지 않았다. 시집을 번역한 요시카와 나기(吉川�)가 말하듯 "시단과도 아카데미즘의 세계와도 떨어져 그는 홀로 우두커니 서 있다."

하지만 그를 세상에 알린 '이십억 광년의 고독'부터 최근 작품까지 관통하는 공통점은 있다.

"60년 이상의 시력을 돌이켜봤을 때 일종의 집착과 같은 테마가 떠오르긴 합니다. 인간 사회 속의 개인이 아닌, 우주 속에 살아있는 자신으로서의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집착이 있습니다."

올해 초 신경림 시인과 한 대시(對詩)를 엮은 '모두 별이 되어 내몸에 들어왔다'를 펴낸 그는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관계가 아닌 '시의 관계'에서 가깝게 지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인과 얘기하기보다 신경림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가 있습니다. 언어의 벽은 있지만 전 세계 시인들은 뭔가 공통점이 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정치나 경제와는 다른 어떤 귀중한 영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에게 한국 독자는 "매일 만나서 밥을 먹거나 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가끔 떠오르는, '지금 그 사람은 뭘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나는 사람"이라며 한국 독자들이 자신을 '이웃 시인'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시가 불필요하게 난해해지면서 독자들과 멀어진 것이 아쉽다는 그는 누구나 쉽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시를 감상하려는 독자들에게 조언했다.

"애인을 찾듯이 좋아하는 시를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얇고 넓게 시작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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