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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원자력협정 서명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한미원자력협정이 4년 6개월여간의 협상 끝에 타결,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협정에 가서명하고 있다. |
42년만의 '전면개정' 새 원자력협정 무슨내용 담았나(종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22일 타결된 새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는 사용후 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의 증진이라는 우리의 3대 협상 목표를 바탕으로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한 요소를고루 담았다.
40여년 전 체결된 현행 협정과는 원칙에서나 구체적 내용에서나 전면적으로 다른 모습의 협정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 주권존중·상호 통제…'협력 제도기반' 마련
정부에 따르면 새 협정의 대표적 원칙 가운데 하나는 현행 협정처럼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인 통제를 받는 체제에서 벗어나는 '호혜성·상호성'이다. 원자력 협력에서 일방의 주권 침해가 없도록 한다는 원칙도 곳곳에 반영됐다.
일례로 새 협정 전문에서 양국은 핵비확산조약(NPT) 당사국으로서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에 대한 '불가양의 권리'를 이례적으로 확인했다.
우리가 미국 원전에 수출하는 제어기나 원자로 압력용기 등 장비에 대해서는 우리도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양국 간 원자력협력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해서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과 우리 외교부 차관이 공동 의장을 맡는 상설 고위급위원회가 신설된다.
고위급위원회는 양국의 원자력 협력에 관한 정례 협의를 매년 열게 되며, 산하에는 ▲ 사용후핵연료 관리 ▲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 원전 수출의 증진 ▲ 핵안보 등 4개 분야의 실무그룹이 설치돼 상시 논의를 하게 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고위급위원회와 관련, "전략적으로 협력을 확대하자는 취지지 어느 상대방을 억제한다든가 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사용후핵연료 연구 제약 완화…파이로도 길 터
구체 내용을 보면, 종전 미국으로부터 건건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던 미국산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일부 형상·내용 변경 활동을 국내 시설에서 자율성을 갖고 할 수 있게 됐다.
사용후핵연료의 특성 등을 확인하는 조사(照射)후시험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의 전반부 공정인 전해환원은 현재 보유한 연구시설에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이뤄지는 시설에 카메라 설치 등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따른 안전조치(safeguard)를 시행해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보유하지 않은) 미래 시설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협의와 동의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차별화돼 있다"며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장기적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으로 검토하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서는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될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 결과를 갖고 양국이 고위급위원회에서 협의해 합의하면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은 공동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데 적용할 일정한 기준과 절차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파이로프로세싱의 추진경로(pathway)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제3국에 위탁해 재처리할 근거 또한 새 협정에 포함했다.
협상 과정에서 양국은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수송·처분에 관한 15개 세부 기술협력 분야를 선정했으며 앞으로 협력을 추가할 근거도 마련됐다.
정부가 이렇듯 다각적인 자율성 확대를 꾀한 데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리나라에서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이 배경이 됐다.
정부 당국자는 "어떤 (관리)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협정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런 내용이 협정 구석구석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 저농축 추진 가능성 '경로' 마련…장비 재수출 원활화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차원인 우라늄 농축 관련 내용은 기존 협정에는 명시적으로 들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개정을 거치며 새로 포함됐다.
미국산 우라늄에 대한 저농축 추진 가능성에 관한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고위급위원회에서의 협의를 통해 양국이 합의하면 20% 미만까지의 저농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핵비확산성뿐 아니라 기술적 타당성·경제성 등의 고려 요소와 관련된 기준·절차가 새 협정에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0% 미만을 평화적 이용에 있어서의 저농축이라고 분류한다"며 "저농축의 최대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료 수급에 비상 상황이 일어나면 한미가 서로 연료 공급 지원을 협의할 수도 있도록 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고자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 노력해야 한다고도 명시됐다.
우리의 원전 수출을 원활히 하는 데 실질적으로 제약을 해소한 부분은 '제3국 재이전'에 대해 포괄적인 동의를 확보한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들여온 원자력 부품이나 장비를 우리 업체가 가공해 재수출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대상국이 한미 모두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면 미국으로부터 건건이 동의를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재수출이 가능해졌다.
양국이 서로 수출입과 관련한 인허가를 신속히 발급하도록 하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명시적으로 들어갔다.
◇ 암 진단 방사성동위원소 본격 생산…핵안보도 협력
이번 협정 개정으로 국민 생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변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몰리브덴 99'를 지금까지는 전량 수입해 왔지만 앞으로는 미국산 우라늄을 사용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항공 운송료로 인한 비싼 진단비용, 수입에 따른 공급 차질 가능성 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는 내다봤다.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에 따른 국내 수입대체 효과는 13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정부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3대 협상목표와 함께 실무그룹 설치 분야로 선정된 '핵안보'는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위험성이 문제로 부상하는 오늘날 관심이 높아지는 주제다.
핵안보 실무그룹을 통해 양국은 테러 위험에 공동 대처하고 대량살상무기 및 핵물질 확산 방지 등에 대해 협력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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