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이란-사우디, 원유시장 놓고도 전운

편집부 / 2015-04-20 19:14:59


'숙적' 이란-사우디, 원유시장 놓고도 전운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핵협상 잠정 타결로 '원유 대국' 이란의 국제 석유시장 복귀가 가시화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한판 대결이 벌써 벌어지는 모양새다.

예멘 사태를 둘러싸고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주국으로서 정치·군사적 긴장이 첨예한 중동의 양대 산맥이 석유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채비를 벌이고 있다.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4월 사우디의 산유량이 역대 최고에 이를 것이라고 20일 전망했다.

사우디는 지난달에만 원유 1천30만 배럴을 생산, 2013년 8월(1천20만배럴)을 넘어 역대 최고 산유량을 기록했는데, 이번달에 이 생산량을 넘어서게 된다는 뜻이다.

사우디의 지난달 산유량은 같은 기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체 월 산유량 3천80만배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저유가 장기화로 감산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오히려 이를 역행해 산유량을 늘리는 것이다.

저유가를 무릅쓴 사우디의 증산은 최근 소폭 줄어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지만 이란의 복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공교롭게 이들 두 산유국의 주요 시장은 중국,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권이다.

이란이 원유를 본격적으로 수출하게 되면 이들 아시아권 시장을 놓고 시장 빼앗기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는 이에 대비해 주요 수입국의 수요를 부족함없이 맞춰 '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유가 하락에도 산유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원유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할 태세다.

2일 핵협상 잠정 타결을 발표하면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뜬금없이 협상 의제와 전혀 관련없는 국제 원유 시장 복귀를 선언했다.

그만큼 이란은 핵협상 타결로 대(對) 이란 경제 제재가 풀려 원유·가스를 수출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방증이다.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4위권이고 천연가스는 러시아와 1∼2위를 다툰다.

그러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이란의 생명줄과 같은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수출을 죄는 데 집중된 터라 세계적인 매장량에도 제대로 이를 돈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이란의 평균 일일 산유량은 350만 배럴로 세계 6위권이고, 수출량은 100∼130만 배럴로 14위권에 머문다.

제재가 해제돼도 산유량을 늘리는 데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렇지만 석유 산업에서 보이는 이란의 최근 움직임은 핵협상에서 아직 쟁점으로 남은 제재 해제를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핵협상이 잠정 타결되자마자 이란 석유장관이 원유·가스 분야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을 찾았다.

만수르 모아자미 이란 석유부 차관은 7일 이란 국영 IRNA통신에 "이란의 석유 산업은 외국 투자가 절실하다"며 "제재가 해제만 되면 이란 투자를 고대해 온 외국 회사들이 이란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제적인 에너지 산업의 '메이저'들이 이란과 접촉을 서두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루크오일은 2011년 대이란 경제제재로 폐쇄했던 테헤란 사무소를 18일 재개했고,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 ENI도 20일 "이란에 되돌아오는 가장 빠른 길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물분배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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