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들 `준엄한 경구'에 동맹국들 과거사 상처 덧나

편집부 / 2015-04-20 17:42:39
'값싼 박수' 셔먼 발언 이어 FBI국장 '나치 공범 발언' 물의
"진의는 그게 아니야" 간접 해명
△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지난 1월 방한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청사를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1.29

美 당국자들 `준엄한 경구'에 동맹국들 과거사 상처 덧나

'값싼 박수' 셔먼 발언 이어 FBI국장 '나치 공범 발언' 물의

"진의는 그게 아니야" 간접 해명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

"독일과 폴란드, 헝가리,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의 살인자들과 그 공범들은 자신들이 사악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마땅히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사람들이란 그렇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장)

아직 아물지 않은 과거 피침탈의 역사의 상처를 안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의 '준엄한 경구'가 잇따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셔먼 차관은 지난 2월 말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한국·중국과 일본 간 과거사 갈등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가 `한국과 중국이 과거사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코미 국장은 지난 16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반인간성과 그에 따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폴란드와 헝가리 등이 공범이라는 뜻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을 함으로써 유대인 300만 명을 포함해 600여만 명이 희생된 폴란드의 격한 반발을 사고 있다.

브로니슬라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폴란드 텔레비전방송에서 코미 국장의 발언은 "유대인들을 도운 수많은 폴란드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성토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또 폴란드 외교부는 스티븐 멀 폴란드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서 코미 국장의 기고문은 "폴란드인들이 나치의 공범이라는 뜻"이라면서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정부 차원 외에 코미 국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일반인들의 글도 소셜 미디어에 쇄도했다.

멀 대사는 폴란드 외교부를 방문하고 난 뒤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나치 독일에만"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히면서 "이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진화에 진땀을 뺐다.

그는 바르샤바 유대인들의 반나치 봉기 72주년 행사에도 참석해 자신이 코미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역사를 왜곡한 것"에 항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코미 국장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은 역시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동구 전문 언론인 앤 애플봄의 칼럼으로부터 나왔다.

외교 문제에 관한 칼럼을 정기적으로 싣는 애플봄은 '홀로코스트에 무지한 FBI 국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코미 국장이) 홀로코스트에 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홀로코스트 교육을 받을 사람은 그"라고 비판했다.

셔먼 차관에 대해 미국의 보수성향 시사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이선 엡스타인 편집위원이 `미국 고위 당국자, 쓸데없이 동맹을 모욕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값싼 박수를 받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웬디 셔먼"이라며 "값싸고 즉흥적인 감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똑같이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연상시킨다.

미국인이면서 폴란드 국회의장의 부인이기도 한 애플봄은 프랑스에선 나치의 괴뢰인 '비시'정권이 프랑스 경찰을 동원해 유대인들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기도 했으나, 폴란드에선 괴뢰정권조차 없는 나치 점령 상태에서 폴란드인 수백만 명이 희생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헝가리의 전시정권이 반유대법을 입법하는 등 나치에 협력한 것은 사실이나 "헝가리 유대인들의 대량 학살과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송이 시작된 1944년 3월엔 그 전시정권마저 해체되고 직접적인 독일 점령체제로 대체됐다"며 헝가리도 변호했다. 책임은 오로지 나치 독일에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판들에 대해 스티븐 멀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코미 국장 발언의 `진의'는 "미국을 포함해서…세상엔 나치 범죄자들을 도운 사람들이 많다거나, 나치의 범죄에 충분히 대처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셔먼 차관 발언 논란 때는 셔먼 차관 대신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가 나서 "발언 전문을 보면 큰 흐름은 '미국에 한국도 중요하고 일본도 중요한데 한 일이 역사 갈등이 있어 곤혹스럽다. 두 나라가 잘 지냈으면 한다'는 것으로 그런 진정성을 인정해주면서 셔먼 차관 발언을 이해해야 한다"고해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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