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강국 일본이 국제대회에서 약한 이유

편집부 / 2015-04-20 13:19:44
역전경주에 치중하다 힘 소진…'훈련 벌레'도 하나의 이유

마라톤 강국 일본이 국제대회에서 약한 이유

역전경주에 치중하다 힘 소진…'훈련 벌레'도 하나의 이유



(서울=연합뉴스) 정일용 기자 = 매년 1월 2일 아침 7시면 도쿄 중심부는 수천명의 달리기 선수들로 북적인다. 도쿄에서 후지 산자락까지 이틀간 달리는 역전경주(驛傳競走) 참가자들이다. 이 달리기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내력을 요구하는 시합 중 하나이다.

이날이 되면 달리기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일본인들도 집안에서 신년 축하 찹쌀떡을 먹으며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이 시합을 시청한다.

이 역전경주는 일본에서 1년 중 가장 규모가 큰 스포츠 행사이다. 달리는 길옆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응원하고 중계방송 시청자는 미국의 슈퍼볼에 필적하거나 영국 FA컵 결승전보다 더 많을 정도이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장거리 경주가 오래된, 귀한 전통 중 하나이다.

2차대전 패전 후 국가재건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많은 기업체가 스포츠팀을 창단했다. 일본의 비와호(琵琶湖) 마라톤 대회, 후쿠오카 마라톤 대회 등 대규모 마라톤 시합도 1940년대 말에 시작됐다. 뉴욕 마라톤 대회가 1970년, 런던 마라톤 대회가 1981년에 시작된 것과 비교된다.

일본이 세계 마라톤계를 석권한 1960년대, 특히 1966년에는 세계 최고기록 17개 가운데 15개가 일본 선수가 수립한 것이었다.

역전경주(일본명 에키덴스)도 애초 마라톤 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된 것이었다. 에도막부 시절(1603∼1868년) 교토와 도쿄를 배달꾼이 뜀박질로 오가며 문서를 전달하던 데서 착안한 것이다.

역전경주 선수들은 마라톤 풀코스(42.195㎞)의 거의 절반인 21.4㎞를 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기록이다. 일본 하프 마라톤 최고 기록보다 더 나은 기록이 속출한다.

지난 1월 역전경주는 각 구간이 거의 하프에 가까운 21.4㎞로, 10개 구간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성인 아닌 학생 30명이 63분 이하 시간대에 주파했다. 이것도 내리막길인 제6구간은 제외한 것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영국과 일본에서 똑같이 마라톤 열풍이 일고 있는데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적으로 올해 하프 기록이 66분 이하인 선수가 영국에서는 단지 6명뿐인데 일본에서는 대학 하프마라톤 대회 단 한 번에서 265명이 배출됐다.

일본인들이 왜 이렇게 잘 뛸까?

인디펜던트는 6개월간 관찰 끝에 비교적 분명한 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우선 일본에서 역전경주나 마라톤은 일종의 '진지한' 스포츠이다. 건각들은 대우 좋은 회사 팀에 소속돼 많은 월급을 받으며 다른 프로 스포츠 선수들처럼 풍족하게 살아가는 '스타'가 된다. 일본에는 이 같은 달리기 선수가 1천500명가량 되는데 영국은 20명에 불과하다.

좋은 대우를 베푸는 시스템, 이것이 잘 뛰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왜 하프에서는 잘 뛰는데 그 이상 잘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번 주말 열릴 런던 마라톤 대회 등 일본 밖에서 벌어지는 마라톤 대회에서 남자 선수들이 거둔 실적은 별게 없다. 지난해 마라톤 대회 우승자 100명 중 95명이 케냐, 에티오피아 출신이었다. 지난 몇년 동안은 여자 선수들 성적이 비교적 나았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 케냐 마라톤 선수는 "일본 사람들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물론 케냐보다도 더 마라톤 선수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마라톤 훈련 방식이 좋지 않다. 만약 케냐처럼 훈련을 한다면 일본이 세계 최고 기록을 휩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훈련 방식중 무엇이 잘못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뜻밖에도 "그들은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한다. 너무 오랫동안 달린다"고 말했다.

'열심히'가 아니라 '영리하게' 훈련해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열심히 훈련하고서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 열심히 하고 심지어 피곤하다고 느낄 때면 더 열심히 뛴다는 것이다.

그러나 케냐에서는 쉬는 데 능숙하다고 한다. 피곤을 느끼면 훈련을 건너뛰거나 천천히 뛴다. 너무 간단한 '진리'인 것 같지만 이 비결을 누릴 권리를 가진 선수는 몇명 안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역전경주에 너무 많은 힘을 쏟는다는 것이며, 둘째 훈련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인디펜던트는 오는 2020 도쿄 올림픽 마라톤 시상대에서 동아프리카 선수 사이에 일본 선수가 낀 장면을 보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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