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의 만남> 인간의 마음 이해하기
'마음의 미래' vs '마음의 혼란'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큰 미스터리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우주'와 '인간의 정신'을 꼽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뇌과학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저술 '마음의 미래'(김영사·박병철 옮김) 저자인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책의 서두에 이 같이 썼다.
저자는 '평행우주론'을 창시한 이론물리학자다. 그는 물리학적 이론에 입각한 자기공명장치(MRI) 등 뇌신경을 관찰할 수 있는 장비의 비약적 발달에 주목한다. 물리학자인 그가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륄랭은 자신이 본 이미지의 다양함에 놀랐다. 어떤 때는 한 무리의 얼룩이 갑자기 비둘기 떼로 변하고, 어떤 때는 춤추는 나비 떼로 변하기도 했다."
18세기 제네바에 살았던 샤를 륄랭은 치안판사직에서 은퇴한 말년에 겪은 환영에 대한 기록들을 18쪽짜리 큰 공책에 기록해 남겼다. 손자인 샤를 보네는 자신이 출간한 정신에 관한 에세이에 이를 언급했고, 추후 '보네 증후군'이라는 정신병리학적 증상으로 공식화했다.
다우어 드라이스마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심리학사 교수가 쓴 '마음의 혼란'(에코리브르·조미현 옮김)은 이 같이 연구자의 이름을 얻은 신경질환들에 대한 지적 탐구의 여정들을 다루고 있다.
카쿠 교수가 신비로운 마음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탐구 성과를 개관하고 미래상을 전망했다면, 드라이스마 교수는 신경질환에 대한 연구사를 통해 우리 마음의 실체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나 두 저술은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경외감을 표시하고, 마음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인간의 의지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두 저술은 본격적인 뇌과학 연구자가 아닌 저자들에 의해 쓰였다는 공통점도 갖는다.
어릴 때부터 텔레파시에 관심이 많았다는 카쿠 교수는 염력과 유체이탈의 가능성, 로봇 지능, 외계인의 마음까지 그간의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 진단하고 전망했다.
눈길을 끄는 주제들을 종횡해 다룬 뒤 종착역에 이르러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대체 가능성까지 두루 살피지만, 저자의 답은 "양자적 효과와 혼돈의 미묘한 조합이 결정론적 요소를 붕괴시키며, 결국 우리는 운명의 주인으로 남을 것"이란 것이다.
드라이스마 교수는 환시 현상인 보네증후군을 비롯, 파킨슨, 알츠하이머병 등 연구자와 병을 앓은 이들의 이름을 얻은 12가지 질환에 관한 인류의 도전사를 고찰했다.
병명을 획득한 연구자와 최초 발견자가 흔히 다른 현상은 이 경우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음은 흥미롭다. 이른바 '스티글러의 법칙'으로도 불려온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엔 인간사의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한다.
"시조명(병명)은 영예임과 동시에 결투의 장이다. 권력과 권위가 쟁점이 되고, 과학적 증거를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고, 분류와 범주화라는 사안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묘책과 조작의 현장이다."
카쿠 교수의 다른 저술로는 '평행우주'와 '초공간' 등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 드라이스마 교수의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는 지난 2005년 번역 소개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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