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소개한 삼국지 그림 찾았다
민속학자 김태곤 기증품에서…국립민속박물관 기증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노르베르트 베버(Norbert Weber)가 써서 1923년에 나온 조선에 관한 책 '고요한 아침의 나라(Im Lande der Morgenstille)를 보면 관우를 모신 사당인 현재의 서울 동관왕묘(東關王廟), 곧 동묘(東廟)에 걸린 그림으로 삼국지연의도 (三國志演義圖)를 소개했다.
소설 삼국지에 보이는 주요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그 중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관우는 장군신·재복신(財福神)으로 인기가 있었다.
다른 동묘 삼국지 그림은 그 얼마 뒤인 1929년에 나온 안드레 에카르트(Andre Eckardt)의 조선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hen Kunst)라는 책에도 소개됐다.
하지만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한데 사라진 그 삼국지 그림이 발견됐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경희대 교수로 봉직하며 한국 무속 현장을 기록하는 데 일생을 보낸 남강(南剛) 김태곤(金泰坤.1936~1996)이 민속학자 김태곤이 수집한 민속 관련 자료를 유족에게서 기증받아 관련 특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영원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삼국지 그림 4점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박물관은 이들 그림을 복원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운이 한수에서 황충을 구하는 장면을 묘사한 거한수조운구황충(據漢水趙雲救黃忠)과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 군사를 꾸짖는 장장군대료장판교(張將軍大鬧長板橋)가 각각 베버와 에카르트 책에 소개한 도판과 동일함을 확인했다.
나아가 나머지 삼국지 그림 중에서도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기는 했지만 유비·관우·장비가 천지에 제사하고 도원결의를 하는 제천지도원결의(祭天地桃園結義) 그림과 장비가 엄안을 의기롭게 풀어주는 장면인 장장군의석엄안(張將軍義釋嚴顔)이라는 작품 역시 동일한 계열로 추정됐다.
따라서 이들 삼국지연의도 4점은 동관왕묘 그림임이 분명해졌다고 박물관을 16일 밝혔다.
이들 그림을 포함해 박물관은 김태곤 수집품에서 엄선한 무속 관련 유물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오는 22일 개막해 6월2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무속' 특별전에는 고인이 1960년대부터 굿 현장을 꾸준하게 기록하면서 멸실 위기에서 수집한 각종 무신도라든가 북두칠성 명두 같은 무구와 무복, 동해안굿 사진(1960~70년대 촬영), 남이장군사당제(1972년 촬영) 동영상 등 300여 점이 소개된다.
김태곤 수집품은 그의 사후 부인 손장연 씨가 자택에 항온항습기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보존하다가 2012년 7월, 박물관에 기증됐다. 기증품은 사진과 동영상 등의 아카이브자료 1천883건 3만198점에 무신도 등 유물 1천368건, 1천544점이다.
이번 전시는 기증유물을 중심으로 35년에 걸친 민속학자 김태곤의 학문 발자취를 더듬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그가 무엇을 탐구하고 어떻게 조사했으며, 그리고 수집 자료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의 실제 무속 현장 조사를 보여주고자 1972년 남이장군사당제를 참관하면서 기록한 영상과 조사노트가 선보인다. 남이장군 사당제는 1972년을 끝으로 중단됐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때 그가 남긴 기록을 근거로 1983년에는 사당제가 복원됐는가 하면 1999년에는 이 제의가 서울시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됐다.
김태곤의 서재, 서울 용산에 있던 무녀 밤쥐 최인순(崔仁順.1912~1983) 신당도 재현한다.
그가 수집한 각종 무신도(巫神圖)와 무구(巫具), 무복(巫服)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이 중에서도 관운장군도, 정전부인도, 황금역사금이신장도라는 그림 뒷면에는 '황춘성 그림'이라는 화가 이름이 확인됐다. 무신도에는 좀처럼 제작자를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김태곤은 대학시절부터 전국의 굿 현장을 찾았고, 무당들이 무업(巫業)을 그만두면서 소각하거나 땅에 묻는 무신도와 무구를 수집했다.
무속 연구에 힘을 쏟으면서 '모든 존재는 미분성(未分性)을 바탕으로 순환하면서 영구히 지속한다'는 이른바 원본사고(原本思考) 이론을 끌어내기도 했다. 나아가 몽골·시베리아 지역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 비교연구를 하다가 1996년, 61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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