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거장들이 영감의 원천…나만의 영역 쌓고싶다"

편집부 / 2015-04-16 07:43:30
영국의 '피아노 신성' 벤자민 그로브너


"죽은 거장들이 영감의 원천…나만의 영역 쌓고싶다"

영국의 '피아노 신성' 벤자민 그로브너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저는 오늘날보다는 호로비츠, 코르토 등 이전 시대의 거장들로부터 음악적 영감을 얻습니다. 연주자로서 명성을 얻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피아노 황금기(Golden Age)'의 거장들처럼 나만의 영역을 쌓아나가고 싶어요."

영국 피아니스트 벤자민 그로브너(23)는 이제 스무 살을 막 넘겼지만 10대 초부터 최연소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일찌감치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다.

12세이던 2004년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음악 대회인 'BBC 올해의 젊은 뮤지션 대회' 건반악기 부문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1년에는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Decca)와 계약한 최연소 영국 음악가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데뷔 음반 '쇼팽, 리스트 & 라벨: 피아노 소품집'(Chopin, Liszt & Ravel : Piano Pieces Works)으로 그라모폰상 '최우수 연주 앨범', '올해의 젊은 음악가' 부문에서 최연소 수상했고, 영국 클래식 브릿 어워드 '비평가상', 프랑스의 디아파종 '최고 신인상'을 받았다.

유럽 언론에서는 그를 '포스트 키신'이라고 부르며 극찬했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에게 '여왕상'(The Queen's Award)을 안겼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런 화려한 이력이나 요란한 스포트라이트에는 관심이 없다.

오는 22일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최근 이메일로 만난 그는 죽은 거장들을 향한 동경을 고백하면서 "지나치게 기교에 치중하거나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데 기울어진 오늘날의 연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제가 그렇게 음악적으로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호평에 휘둘리지 않으려고도 노력하죠. 물론 좋은 평가는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은 데 대해 "내가 조금 더 나이가 많았다면 그러한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전문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귀중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경력의 초년에 이러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히 양면성을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으려 늘 노력하고 있죠."



그는 "서로 다른 음악을 만드는 일을 매우 좋아한다"며 "피아노 리사이틀도 그렇고,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협주곡까지 피아노라는 악기를 가지고 서로 다른 소리,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그의 첫 아시아 순회공연의 일부다. 싱가포르와 중국 베이징을 거쳐 한국 무대에 선다.

전반부는 '바로크'에서 영향을 받은 프랑크의 '전주곡, 합창과 푸가', 라모의 가보트와 변주곡, 바흐-부조니의 '샤콘느' 등으로 구성했다.

"라모는 샤콘느를 듣기 전 마치 혀를 닦아내는 듯 한(palate cleanser) 역할을 하죠. 부조니와 프랑크의 작품 모두 어두우면서 비극적인 작품이며, 흡사 오르간의 울림과도 같은 비슷한 색채감을 지니고 있어요. 라모의 작품을 현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일 역시 흥미로운 경험이에요. 예를 들면 약음 페달을 밟으면서 클라비코드(피아노의 전신)와 같은 소리를 살려내고, 변주곡 부분에서는 하프시코드와 같은 느낌의 파열음을 내야하고,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음향을 마치 오르간과 같이 내야 하거든요."

후반부는 쇼팽의 '마주르카', 그라나도스의 '시적 왈츠' 등으로 꾸민다. 각자의 민족적 정서를 가득 머금은 작품이다.

"쇼팽의 음악은 폴란드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고, 그라나도스의 작품 역시 스페인의 색채가 강하죠. 두 작곡가의 작품 모두 완벽하게 피아노와 어울리는 음악적 선물과 같아요."

그는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며 "관객들이 연주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관람료는 4만∼8만원. 문의 ☎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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