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선자금 수사 같은 파괴력 내재…종착역 예측 불허

'살아있는 권력' 마주한 검찰 칼날 대선자금까지 겨냥
특별수사팀 '양심·원칙' 언급 배수진…여야 전체 사정권
2003년 대선자금 수사 같은 파괴력 내재…종착역 예측 불허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이 첫날부터 결연한 수사 의지를 보였다.
수사팀은 13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구애받지 않고 여야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혀 2003년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온 대선자금 수사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무일 특별수사팀장(대전지검장·54)은 이날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고검 청사에서 비공식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사에 임하는 자세와 수사 진행 경과, 향후 수사 방향 등을 설명했다.
이날 자리는 문 지검장이 자청해 출입기자들과 상견례를 겸해 마련됐다.
문 팀장은 검찰 내에서 특수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강단 있는 검사로 꼽힌다. 특수수사에 오래 몸담았던 만큼 언론과 공개적인 접촉도 별로 없었다. 그 때문인지 이날 기자간담회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마주한 이번 수사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사로서 지녀온 양심을 조금도 잃지 않겠다', '직을 걸고 수사하겠다' 등 결연한 의지를 실은 표현도 동원됐다.
공교롭게도 문 지검장이 엄정한 수사 원칙을 강조한 이날은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다짐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이날 문 지검장의 발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사 대상과 범위다.
문 지검장은 사건을 바라보는 여론을 의식한 듯 2012년 대선자금과 정당의 경선자금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에 없는 인사가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검찰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한 상황이 전개될 개연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때를 무대로 한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로비 의혹까지 제기함에 따라 검찰 수사 범위가 여야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상존해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3대 정부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사상 초유의 일이 전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날 닻을 올린 특별수사팀은 이제 본격적으로 수사 대상 선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남긴 '금품 메모'가 성 전 회장의 자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뒷받침할 관련 자료 확보에 수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성 전 회장이 사망 당시 갖고 있던 휴대전화 두 대의 통화내역도 검토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구명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휴대전화에는 현 정부 주요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수사팀은 일단 '금품 전달자' 등 증언자가 있고 관련 정황이 충분한 인사부터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측근인 윤모씨에게 1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함에 따라 윤씨와 홍 지사가 첫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주장도 나와 당시 대선자금을 파헤치는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사건은 전개 양상에 따라 2003년 참여정부 때 이뤄진 대선자금 수사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띨 수도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그해 8월 SK해운의 분식회계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고발 사건을 수사하던 중 SK그룹의 비자금이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고 결국 이는 10대 대기업의 정치권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됐다.
검찰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를 비롯해 정대철·박주선·이훈평·박명환·박주천·김영일·이재정·신경식·최돈웅·박상규·서청원 의원 등 10여명의 여야 의원들을 구속기소했다.
대선자금 수사와는 별개로 정치권 전반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방향 전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특별수사팀 출범으로 검찰의 부정부패 수사는 당분간 자원외교 비리 수사와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 '투트랙'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경남기업 수사를 지휘해온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일각에서 제기한 '표적·별건 수사', '자원개발 비리와 성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간 딜(거래)' 등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해외자원개발 비리는 국회와 언론 등에서 잇따라 문제점과 의혹이 제기된데다 감사원·시민단체 등에서 고발 및 수사의뢰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으며, 딜 의혹도 성 전 회장 소환조사 때 변호인 세 명이 전 과정에 동석한 만큼 사실 관계가 쉽게 확인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차장은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은 안타깝지만 자원개발 비리는 막대한 국가 예산이 낭비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도 차질 없이 수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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