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 시기 왔는데 어쩌나…가뭄에 속 타는 농민들
"5월까지 큰 비 없으면 올해 농사 접어야"
(파주=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못자리를 만들 때라 준비하고 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 마을인 통일촌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완배(62) 이장은 12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긴 가뭄에 애타는 속마음을 이같이 털어놨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애써 못자리를 만들어놓고 농업용수 부족으로 정작 5월에 모내기를 하지 못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농업기반시설이 부족한 파주 민통선 지역은 지난해 임진강이 말라 물 부족으로 40㏊ 논에 모내기를 못 했다.
임진강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으로 유량이 풍부하지 못하면 밀물 때 바닷물이 올라오면서 염도가 높아져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못한다.
민통선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공덕양수장은 높은 염도에다 갯벌 퇴적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완배 이장은 "개울 물이 하나도 없어 사비를 들여 저마다 관정을 파서 겨우 못자리를 준비하고 있지만 다들 답답해하고 있다"며 "5월까지도 큰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진강 남쪽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파주시 전체 논 8천100㏊ 중 6천㏊가량이 임진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임진강 물을 공급하는 임진·대단위 양수장은 최근 파주지역에 24㎜의 비가 내려 염도가 기준치(500ppm) 이하인 200∼300ppm까지 내려가면서 현재는 용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다시 가뭄이 이어질 경우 제한급수를 해야 한다.
염도가 높은 물을 공급하면 모가 타 죽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다.
문산읍 마정리에서 10만㎡ 논농사를 짓는 서영석(50)씨는 "예년보다 늦춰 17일 못자리를 설치할 예정인데 중요한 것은 모내기 때 물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며 "짠물을 사용할 수도 없고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근 탄현면에서 비슷한 규모의 논농사를 짓는 신호범(52)씨도 "임진강 상류에 댐이 들어서 유량이 감소한 데다 가뭄까지 지속돼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나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시는 5억원의 예산을 긴급히 편성해 20곳에 관정을 파고 못자리 시기를 보름가량 늦출 것을 권고하는 등 가뭄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파주시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파주지역은 보통 4월 10∼20일에 못자리를 만들고 5월 10일부터 말까지 모내기를 한다"며 "못자리 설치를 늦추도록 안내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내기 전에는 해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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