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중국 부진…성장엔진 '수출' 흔들린다>

편집부 / 2015-04-12 06:07:01

<엔저에 중국 부진…성장엔진 '수출' 흔들린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이지헌 기자 =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원인으로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이 지목되고 있다.

석유화학 등 관련 제품의 단가가 하락했지만 수출량이 충분히 늘지 않은 결과로 분석된다.

세계경제 회복 지연과 원화의 상대적 강세, 대중(對中) 수출 부진 등도 수출 환경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수출 부진 요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여건이 다소 나아지더라도 개선세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갖은 부양책에도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수출 전망마저 어두워 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올해 수출 감소 전망…석유류 단가 하락이 주요인

한국은행이 이달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올해 수출규모(통관기준)는 5천620억달러로 작년보다 1.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은은 1월에 경제전망보고서를 내놓을 때만 해도 올해 수출규모가 전년보다 3.1% 증가한 5천910억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석달 만에 수출 전망을 더 어둡게 수정한 것이다.

이런 한국은행의 전망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수출은 지난 2012년(-1.3%) 이후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이런 수출 부진 현상은 무엇보다 세계 경제가 직면한 경제환경에 기인한 바가 크다.

우선 국제유가 하락이 초래한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단가 하락이 수출액 감소를 가져왔다.

3월 석유제품의 수출 실적을 보면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늘었지만 단가는 38.7%나 하락해 수출총액은 15억1천만달러가 감소했다.

국제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014년 기준)이 17.3%에 달하다 보니 전체 수출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엔저·中 산업구조 변화도 복합적으로 영향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국제유가 하락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환율전쟁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세계경제 회복 지연,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및 산업구조 변화 등도 수출 부진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로 세계교역이 위축되는 현상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다"며 "최근에는 일부이긴 하지만 자국 고용을 보호하기 위해 '리쇼어링'(re-shoring·국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현상까지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 부진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円低)'와 유로화 가치 하락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원·엔 환율은 2012년 6월만 해도 100엔당 1,500원대였지만,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이후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최근 환율은 100엔당 910원선을 밑돌고 있다.

한국 수출 비중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은 또 다른 악재다.

중국은 최근 들어 부동산경기 부진과 과잉설비 조정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경제전망의 전제치로 삼은 중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각각 6.9%, 6.8%로 7%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7.4%보다 0.5~0.6%포인트 낮은 수치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중국 수출 증가율이 0.1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허문종 수석연구원은 '대중 수출 부진의 원인과 한국경제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과의 교역은 가공무역 형태를 띄고 있는데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출 부진이 최근 대중 수출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석유·석유화학제품, 평판디스플레이 등 대형 장치산업의 생산 자급률을 높이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수출 감소는 일시적인 요인과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이 가운데 엔·유로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와 중국으로의 자본재 수출 감소는 구조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수출 전망도 '먹구름'…"제품경쟁력이 유일한 해법"

수출 부진 요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앞으로의 수출 전망도 어두운 것이 사실이다.

세계경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지정학적 위기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원화가치 절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국 재무부가 한국정부의 환율 개입 가능성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섣불리 환율 개입에 나섰다가는 '환율 조작국' 오명만 뒤집어쓸 공산이 크다.

중국의 경기 부진 위험과 구조변화는 한국경제의 외생변수다.

신민영 부문장은 "수출 부진 요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쉽게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중기적으로도 수출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하반기부터 수출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남아 있다.

장민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가격효과를 제외하고 물량효과만 본다면 1분기 수출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며 "세계경제 흐름을 보면 대체로 하반기에 좋아질 것으로 보여 우려하는 것보다 수출이 낮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회복세는 매우 미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우리 수출의 안정적인 성장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국제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영향이 하반기부터는 성장률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유가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경제효과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의 중장기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내수 기반의 성장전략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지만, 한국 경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해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부양책을 펼치고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수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비중이 높은 경제로 바뀌면 물론 좋겠지만 우리 여건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내수 위주의 전략을 펴면 자산 버블만 형성되고 결국 내수와 외수가 동반 침체하는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 개선을 위해서는 환율 절하가 유일한 단기적 해법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결국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실장도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단기 처방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기와 환율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라며 "수출을 늘리려면 결국 우리 제품이 잘 팔리도록 제품·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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