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와 신티'…젊은이들에 집시 미래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회원국들에 "그들에게 기회를" 촉구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로마(Roma)와 신티(Sinti).
롬(Rom)과 신토(Sinto 또는 Sinta)의 복수형으로,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집시(Gypsy)라고 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특히 유럽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집시와 관련해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나 얘기를 접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로마와 신티는 집시를 통칭하는 말이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신티는 로마의 외국식, 즉 독일식 명칭이다. 다시 말해 집시는 독일에서는 신티로, 그외 지역에서는 로마로 불리는 셈이다. 물론 지역별로 집시의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집시족은 북부 인도에서 기원한 유랑민족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유럽을 중심으로 유랑 생활을 하는 유럽내 최대 소수민족이다. 일부 독일 학자들은 집시족이 원래 아리안족이었으나 비(非)아리안족들과의 교합으로 생겨난 불순한 혈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그 수는 총 8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미신적이고 쾌활하며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소 불결한 생활습관과 문란한 성생활 등으로 인해 나치 독일의 유럽 점령기에는 유대인만큼이나 혐오대상이 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기록문화가 거의 없어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숨진 집시만 13만~25만 명으로 추정되며 일부에서는 유대인 희생자 수와 맞먹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근 600만 명에 달할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당시 유럽에 거주하던 집시족이 100만 명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빙성은 떨어져 보인다.
어쨌거나 로마는 현재도 세계 곳곳, 특히 유럽에서 인종폭력과 실업, 가난, 문맹, 그리고 높은 유아사망률 등으로 귀결되는 차별과 배척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로마가 가난하고 게토나 슬럼가에서 거주한다고 한다. 교육의 기회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8일은 '국제 로마의 날'(International Roma Day) 이었다. 국제로마연합(IRU)이 1990년 제4차 폴란드 총회를 통해 전세계 로마가 1971년 4월 7~12일 런던 인근 첼스필드에서 처음 회동한 것을 기리려고 공식 선포한 날이다. 로마의 문화를 기리고 로마가 직면한 각종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제4차 IRU 총회가 열린 1990년부터 로마가 직면한 인종과 민족 증오, 외국인 혐오, 그리고 차별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로마에 대한 이해와 차별금지, 그리고 기회균등 등을 촉구하면서 로마와 신티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줄 것을 호소했다.
이비차 다시치 OSCE 순회의장(세르비아 외무장관)은 지난 8일 "교육은 로마와 신티 젊은이들이 사회, 정치, 경제, 문화생활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더 큰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다"면서 OSCE 57개 회원국들에 적극적인 기회부여를 촉구했다.
또 미카엘 게오르그 링크 'OSCE 민주기구·인권사무소'(ODIHR) 소장은 "로마가 겪는 소외와 차별은 (로마의)인권 향유와 방어, 공공 생활과 정치 참여, 그리고 사회기여의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로마와 신티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의 의미 있는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로마 사회는 물론 OSCE 전 국가 사회에 대한 투자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OSCE 지도부의 이런 발언은 로마와 신티 젊은이들의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노동력 측면에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각국의 교육과 고용 분야에서의 차별조치들 탓에 이들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앞서 OSCE 5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2013년, 로마와 신티 젊은이들에게 집시사회의 변화를 위한 대리인(agent)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유럽내 최대 소수민족인 집시, 로마의 변화상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