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대러 제재' 감안…특사 파견은 러시아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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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9일 러시아 전승절 특사로 파견 될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승절특사, 미·러·남북관계 고려한 다목적 카드
남북정상회담 해도 실질적 관계개선 어렵다고 판단한 듯
서방의 '대러 제재' 감안…특사 파견은 러시아 배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정부가 다음 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하고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특사로 파견키로 한 것은 미국과 러시아, 남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었다.
러시아 측은 박 대통령과 함께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초청했다.
특히 러시아 측이 북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참석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대통령이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남북 접촉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일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러시아 전승절을 계기로 한 남북정상회담은 불발된 셈이다.
박 대통령의 불참은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는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더라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남을 위한 만남'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최근 "지금 북한 김정은을 만났을 때 과연 실질적 대화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전승절 계기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다만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이자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사로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 의원을 특사로 파견함으로써 북측 고위인사와의 접촉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북중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다는 평가 속에 북측이 러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러가 성사되면 북측 고위급 인사와 윤 의원 간의 접촉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의원은 평소 "비밀접촉을 해야 남북관계 돌파구가 열린다"면서 남북간 비밀접촉 필요성을 제기해온 대표적인 정치권 인사다.
박 대통령의 불참에는 미국을 고려한 측면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전승절 행사에 불참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는 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류길재 전 통일부장관은 재임 시절인 지난 2월 국회 외통위에서 박 대통령의 방러 문제와 관련,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권의 제재가 이뤄지는 상황이며, 그 부분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친박' 핵심 인사인 윤 의원을 보내기로 한 것은 한러관계를 고려한 최소한의 예우차원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윤 의원의 특사 파견에 대해 올해 한·러 수교 25주년과 '상호 방문의 해'를 거론하며 "양국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서는 "국내 일정에 따라 못 가시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윤 의원 파견에 대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중 한 분으로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러관계를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러시아를 배려하고 남북간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격을 높여 총리를 보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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