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칠레대통령, 아들 비리스캔들로 위기
정치권서 대통령직 사퇴 주장도 제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이 연루된 비리 스캔들 때문에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정치권 일부에서 대통령직 사퇴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대통령 아들이 연루된 비리 스캔들로 각종 개혁작업의 빛이 바래고 있으며 바첼레트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바첼레트의 지지율이 지난 2006년 첫 집권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바첼레트는 전날 "대통령직 사퇴를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정 마비는 없으며 그동안 일어난 일은 개혁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밝혔다.
지지율 하락에 흔들리지 않고 조세·교육제도 개혁, 선거법 개정, 군사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유산인 현행 헌법의 개정 등 자신이 내세운 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바첼레트는 2006∼2010년 한 차례 대통령을 지냈다. 집권 기간 민주주의 발전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고 퇴임 당시 지지율은 80%를 넘었다.
바첼레트는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 소속으로 2013년 12월15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압승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바첼레트의 지지율은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54%에서 한때 58%로 상승했으나 아들의 비리 스캔들로 지난 2월에는 39%까지 떨어졌다.
칠레 검찰은 부동산 불법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바첼레트의 아들 세바스티안 다발로스와 며느리 나탈리아 콤파뇬을 지난 6일 소환했다.
다발로스 부부는 민영 칠레은행에 압력을 행사해 '카발'이라는 회사가 1천만 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부는 2013년 11월 초 칠레은행의 부행장을 만났으며, 실제 대출이 이뤄진 것은 바첼레트가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직후였다.
이 회사는 콤파뇬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회사는 대출받은 돈으로 토지를 사고 나서 1천500만 달러에 되팔아 500만 달러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야권은 물론 중도좌파연합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고, 바첼레트는 아들을 공직에서 해임하고 공개로 사과했으나 비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학자인 다발로스는 과거 칠레 외교부 산하 국제관계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이혼한 어머니 바첼레트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는 '퍼스트젠틀맨' 역할을 맡았다. 칠레에서 '퍼스트레이디'나 '퍼스트젠틀맨'은 전통적으로 사회복지 및 문화 프로그램 등에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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