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IMF 부채 상환…"24일부터 채무이행 불투명"(종합)
유로그룹 24일 회의서 자금지원 결정…실무협상 진척 더뎌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가 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부채를 상환하는 등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불식했다.
다만 그리스가 채권단과 오는 24일 개최할 협상에서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에 합의하지 못하면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스 ANA-MPA 통신은 이날 정부가 IMF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의 일부인 4억4천800만 유로(약 5천250억원)를 예정대로 상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현금이 부족한 그리스가 IMF 채무상환을 연기하거나 디폴트를 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그리스 관리들은 현금이 충분하다며 상환일을 지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리스는 또 오는 14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14억 유로 규모의 6개월 만기 단기국채(T-bill)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해결했다.
이는 그리스 공공부채관리기구(PDMA)가 전날 실시한 6개월 만기 T-bill 입찰에서 발행 목표의 1.3배 수준의 투자금이 참여해 11억3천750만 유로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14일에 상환할 T-bill의 절반 이상인 7억5천만 유로는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해 만기연장(롤오버) 대신 현금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전날 입찰에는 그리스 시중은행과 자회사들만 참여했다.
그리스는 전날 11억3천750만 유로를 조달함에 따라 14일에 상환해야 할 자금 7억5천만 유로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재무부가 현재 보유한 현금은 오는 24일까지만 충분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오는 24일 그리스가 국제채권단과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의 지급을 결정하는 협상이 부결되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위험이 커지게 된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와 그리크리포터 등은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실무를 맡은 유로워킹그룹이 전날 개최한 그리스와 채권단 간 기술적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로워킹그룹은 전날 자정까지 장시간 협상을 벌였지만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그리스가 요구한 분할금 일부를 최종 합의 전에 미리 지원하는 방안도 거절됐다.
유로워킹그룹 관리들은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에서 재정목표를 달성할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IMF도 구제금융 지원조건으로 합의한 개혁정책들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가 끝나야만 분할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리스 측은 채권단이 요구한 재정지출 삭감을 거부했으며 공무원 임금과 연금을 깎으라는 요구도 없었다면 이 부문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측은 유로그룹 회의가 예정된 24일까지 그리스가 채무를 이행하겠지만 이후에는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그리스 ANA-MPA 통신은 EU 소식통들이 전날 회의를 마치고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ANA-MPA 통신은 유로존 관리들이 아직 합의까지는 많은 일들이 남았지만 전반적으로 그리스가 만족스러운 진전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리스와 채권단 실무진으로 구성된 이른바 '브뤼셀 그룹'은 그리스정교회 부활절 연휴(10~13일)가 끝나고 14일 또는 15일에 다시 회의를 소집했다.
채권단은 그리스에 개혁안을 추가로 보완해 차기 유로워킹그룹 회의가 열리는 오는 20~2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유로그룹은 24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유로워킹그룹이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분할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그리스와 채권단은 2월20일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6월 말까지 연장하고 그리스가 마련한 개혁안을 검토해 4월 말까지 분할금 지급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분할금은 유럽연합(EU)의 마지막 구제금융 지원으로 애초 지난해 12월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그리스 정정불안에 따라 2개월 연기됐으며 지난 2월에 다시 2개월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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