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IMF 채무 불이행 가능성 작을 듯
그리스 "상환할 수 있다"…단기국채 만기일 14일 고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재정의 현금 부족 상황이 심해져 국제통화기금(IMF) 부채를 제때 갚지 못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는 오는 9일 IMF에 4억5천800만 유로(약 5천443억원)를 상환해야 하지만 국제채권단과 구제금융 분할금(72억 유로)을 받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IMF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고, IMF의 채무 상환일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IMF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은 작다.
다만 14억 유로 규모의 단기국채(T-bill) 만기일인 오는 14일에 상환하지 못하면 즉각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스 "채무 상환할 것"…IMF 70년 사상 디폴트 전례 없어
그리스 ANA-MPA 통신은 3일(현지시간)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재무차관이 "예정대로 부채는 상환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르다스 차관은 "정부 회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는 상환할 수 있다"며 최근 제기된 현금 부족에 따른 디폴트 우려를 반박했다.
그리스가 9일에 IMF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즉각 디폴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악에는 민간투자자가 보유한 국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날 보고서에서 9일 상환에 실패하면 최악에는 5월 중 국가부도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IMF 규정에 따라 그리스가 9일에 상환하지 못하면 유예기간 1개월이 주어지며 이 기간 그리스는 IMF로부터 지원받을 수 없다.
또 IMF는 2주 후에 그리스에 대표단을 보내 신속하게 상환하라고 요구하며, 1개월 후에는 IMF 총재가 이사회에 채무 불이행 상황을 보고한다.
IMF 이사회가 보고를 받으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상환 지연을 통보하며 이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약상 디폴트로 이어진다.
EFSF는 그리스 구제금융의 일부 또는 전부를 취소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리스는 민간투자자들이 보유한 국채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와 IMF 모두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도록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의 70년 사상 아프리카 최빈국마저도 IMF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례가 없다.
따라서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지 등에서 '소식통들이 그리스가 9일에 현금이 바닥나고 IMF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배경에는 시리자 내 급진파 등이 채권단이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문제 컨설팅 기관인 옥스퍼드애널리티카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시리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고 드라크마(그리스의 옛 화폐)로 복귀하자는 급진세력이 있으며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과 개혁안 타결을 위해 조기총선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단기국채 상환일 14일이 고비…민간투자자 만기연장 난망
그리스 정부는 IMF 채무보다 14일에 상환해야 하는 14억 유로 규모의 단기국채(6개월 만기 T-bill)가 더 문제다.
옥스포드애널리티카는 이 T-bill의 절반 이상을 외국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그리스 시장에 남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정상적으로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고 있어 3개월 또는 6개월 만기 T-bill로 재정을 조달하고 있다.
그리스는 최근까지 T-bill의 만기가 돌아오면 T-bill를 발행해 만기연장(롤오버)을 해왔으며 주로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그리스 시중은행들의 T-bill 매입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 14일 상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유럽팀장은 "재정의 화폐화를 금지하는 ECB는 최근 그리스 시중은행에 T-bill 매입을 제한하려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시중은행이 안되면 공기업과 사회보장기금이 입찰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은행들 역시 최근 예금 인출 규모가 커지는데다 ECB의 대표적 지원 수단인 국채담보대출이 지난 2월 5일부터 끊겨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다만 채권단인 ECB도 그리스가 디폴트를 낸다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리스 은행들의 T-bill 매입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아울러 ECB는 그리스 은행들에 제공하는 유일한 지원책인 긴급유동성지원(ELA) 의 한도를 조금씩 올려주고 있어 14일 상환을 앞두고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CB는 지난주 ELA 한도를 698억 유로에서 711억 유로로 올린 데 이어 지난 1일에도 다시 718억 유로로 높였다.
아울러 그리스와 채권단이 그리스정교회 부활절 연휴(10~13일)이 끝나고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에 합의해 분할금(72억 유로)의 일부를 지원받으면 현금 부족 사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2월20일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6월 말까지 연장하고 그리스가 마련한 개혁안을 검토해 4월 말까지 분할금 지급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