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진출 걸림돌 사라진다"…산업계 '이란특수' 기대

편집부 / 2015-04-03 10:19:47
건설·플랜트 중심 진출확대 가능성 커져…한류도 한몫
△ 환호하는 테헤란 (AP=연합뉴스)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표시해 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중동진출 걸림돌 사라진다"…산업계 '이란특수' 기대

건설·플랜트 중심 진출확대 가능성 커져…한류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이란 핵협상이 잠정 타결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동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란이 합의안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검증할 때까지 국제사회의 제재는 유지되지만 국내 기업들은 사실상 국내 기업들의 이란 진출을 막아온 대(對)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되는 것을 전제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계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면 건설·플랜트를 비롯해 정유·석유화학, 철강, 조선, 해운, 항공 업종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이미 2013년 11월 핵협상이 잠정 타결된 이후 국내 건설,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업체들은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협력실장은 "전체 수출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어서 크지는 않지만 시장의 잠재력은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크다"면서 "우리는 대형 플랜트 등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경제제재가 풀리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TV 드라마 '대장금'이 이란 현지에서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어 핵협상 타결 이후 양국간의 경제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이란 제재 해제는 중동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간 이란 진출에 걸림돌이 됐던 문제가 풀리면서 건설 플랜트 등 인프라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건설업계 반색 "큰 장 열린다"

먼저 건설업계엔 대규모 수주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란은 가스·석유자원 부국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가스 및 정유 플랜트 발주가 활발했으나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이후 발주가 중단됐다.

국내 건설사는 과거 이란에서 현대건설[000720]이 수행한 16억2천만 달러 규모의 사우스파 가스전 공사(2005년 준공)를 비롯해 총 120억 달러의 공사를 수행했다.

대형 플랜트 공사 수주로는 2009년 GS건설[006360]이 따낸 사우스파 가스개발사업 6∼8단계 탈황 및 유황 회수설비 공사(13억9천만 달러)가 가장 최근이며 지난 5∼6년간 사실상 신규 수주가 없었다.

건설업계는 이번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풀리면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는 물론 토목·건축 프로젝트도 대거 발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국 중동실장은 "국내 건설 수주 기준으로 이란은 2000년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이라크에 이은 4위 규모의 시장이었는데 경제제재 이후 8위로 밀렸다"며 "이번 핵협상 타결이 우리 건설사들이 이란 시장에 다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우리 건설사는 이란에서 평판도 좋고 기술력도 뛰어나 수주 경쟁력이 있다"며 "최근 저유가로 주춤한 중동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대림산업 등 기존 이란에서 사업을 해온 건설사들은 이번 협상 타결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신규 수주 참가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간 이란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이번 핵협상 타결이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며 "경제제재가 풀리면 적극적으로 수주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경제 제재 강화 전 사우스파 지역의 탈황설비 공사와 관련해 투자의향서(LOI)까지 받아놓고도 경제 제재로 수주를 포기한 일이 있다"며 "제재가 풀리면 본격적으로 사업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석유회사들이 벌이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모니터링하면서 신규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며 "건설이 활기를 되찾는 새로운 도화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조선·해운·항공도 직간접적 수혜권

이란이 제재 해제로 석유수출이 늘어나면 국내 조선산업과 해운, 항공업계도 직간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계는 이란 제재가 해제될 경우 유가가 쌀 때 비축용 원유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유조선 발주는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래가 없던 이란 선사로부터 선박 수주 기회가 생기는 것도 긍정적 영향으로 꼽힌다.

다만 이란 제재가 풀려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면 유가하락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업황이 신통치 않은 해양플랜트 발주가 지지부진해지는 반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태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은 "경제 제재 속에서도 핵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철강과 자동차 부품의 수출은 활기를 보여왔다"며 "미국의 직접적 제재 분야로 교역이 완전히 단절됐던 석유플랜트, 조선은 경제 제재가 풀리고 나면 반사이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경기의 오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사들도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경제제재 전까지는 한국에서 이란으로 가는 물동량이 꽤 있었는데 제재 이후 이란에 배가 직접 들어가지 못한다"면서 "제재가 풀리면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것이라 이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사전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유가 안정화로 변동폭이 줄어 당분간은 안정적인 사업계획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자동차·전자 수출확대…정유는 원료다변화 기대

완성차업계 역시 3년전부터 이란에 대한 완성차 수출이 중단됐던 만큼 제재 해제에 따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란 수출 재개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는 이란에 2010년만 해도 완성차 2만3천여대를 수출했었으나 2011년에는 1만2천여대로 줄었으며 2012년부터는 수출을 아예 중단한 상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란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전체 물량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수출이 재개될 경우 장기적으로 중동지역의 판매량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005490]는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제철공법인 파이넥스 기술의 이란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 측은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물밑으로 포스코에 파이넥스 기술을 수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기계·중공업계도 중동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이란의 제재가 풀리면 수주가 재개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은 원래 발전 수요가 큰 나라인데다 발전 설비도 노후화돼 제재 해제가 본격화되면 상당한 발주 물량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핵 협상 타결로 전반적인 경제 분위기가 활력을 띠면서 사업활동하는 데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원료 다변화 차원에서 이란 핵협상을 보고 있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지난해 이란산 원유를 도입한 회사는 SK이노베이션[096770]과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다.

아울러 이란이 원유 수출량을 늘리면 사우디아라비아와 판매단가(OSP) 인하 경쟁을 벌일 수 있어 국내 정유사들로서는 원료다변화와 원가절감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이란 핵협상 타결로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하락할 수 있지만 좀 더 길게 보면 이란산 원유는 다른 데보다 싸게 팔기 때문에 정유사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이 아니고 정치·외교적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이태휘 산업부 과장은 "아직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우리 기업들의 대이란 수출이 바로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상황을 낙관해서 성급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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