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로 버림받던 코트디부아르 여성들, 한국 도움 새삶

편집부 / 2015-04-02 12:10:02
코이카, 코트디부아르서 '누관'치료…780여명 수술
△ 세겔라 종합병원에서 누관 치료를 받고 입원중인 환자들. <<코이카 제공>>

악취로 버림받던 코트디부아르 여성들, 한국 도움 새삶

코이카, 코트디부아르서 '누관'치료…780여명 수술



(세겔라<코트디부아르>=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지난달 26일 코트디부아르의 수도 아비장에서 북서쪽으로 350여㎞ 떨어진 도시 세겔라를 찾았다.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아비장에서 자동차로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세겔라 종합병원에는 한국의 재정지원으로 '누관' 질환을 치료한 여성 25명이 입원해 있었다.

누관(Fistula)은 난산(難産)시 방광이나 장에 구멍이 생겨 대소변이 질로 흘러내리는 질환으로, 감염 등의 합병증 우려와 함께 악취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밤바 제네바(32)씨는 지난달 20일 이곳에서 무료로 누관 수술을 받았다. 14살 때 출산과정에서 생긴 누관 질환으로 18년간 삶을 짓누르던 고통에서 마침내 해방된 것이다.

제네바 씨는 "병에 걸리자 냄새가 난다며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면서 "아비장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 포기하고 있었는데 세겔라에서도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해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음에도 코트디부아르에서는 그동안 아비장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치료시설이 없어 환자들이 대부분 방치됐다.

그나마 유엔인구기금(UNFPA)이 2007년부터 소규모로 누관치료 활동을 벌여왔을 뿐이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은 활동 확대를 모색하던 UNFPA와 손잡고 170만 달러를 들여 2012년부터 코트디부아르 8개 지역에 누관치료 시설을 세우고 기자재와 의약품 등을 지원했다.

세겔라 종합병원도 그 중 한 곳이다. 이 병원에서만 한국의 재정지원으로 치료를 받은 누관 환자는 128명. 8개 지역센터를 모두 합치면 780여명에 이른다.

누관 환자들은 악취 때문에 가족들로부터도 버림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병에 걸린 것을 숨기고 정신적으로 위축돼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UNFPA 소속의 쿠아메 빌레 박사는 "누관환자는 죽은 사람처럼 사회적으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면서 "매달 열흘 정도는 지역 곳곳을 돌며 주민들에게 누관 질환에 대해 설명하며 환자를 직접 찾아나선다"고 말했다.

UNFPA에서는 수술 뒤 환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편직(編織) 등 기술교육도 하고 소규모 지원금까지 지급한다.

이 병원에서 2013년 누관 수술을 받은 코난 모니크 귀프티(33) 씨는 퇴원하면서 받은 지원금 8만5천 세파프랑(한화 약 17만원)로 조그만 옷가게를 열었다.

귀프티 씨는 "예전엔 누관으로 냄새가 날까 봐 잘 먹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옷가게까지 열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아돌프 제그베 쿠아네 세겔라 도지사는 "아프리카에서는 가족이 병에 걸리면 다들 챙겨주는데 누관은 악취 때문에 오히려 가족들로부터 버려진다"면서 "한국의 도움으로 누관 환자들이 가족과 사회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코이카는 내년부터 615만 달러 규모의 2차 누관치료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김상철 코이카 코트디부아르사무소장은 "누관치료 사업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 통합의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전문 국제기구의 지원 경험을 공유할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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