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학의 경전' 설문해자 완역 시작…1권 출간

편집부 / 2015-04-02 07:15:01

'한자학의 경전' 설문해자 완역 시작…1권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한자학 분야에서 불후의 고전으로 꼽히는 '설문해자'(說文解字)를 한국어로 완역 출간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도서출판 자유문고는 설문해자의 주석서 단옥재주(段玉裁註)를 번역한 '한한대역 단옥재주 설문해자'(漢韓對譯 段玉裁註 說文解字)를 전 34권으로 펴내기로 하고 최근 1권을 출간했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한자학 연구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책으로 꼽힌다. 중국 후한(後漢)대 학자 허신(許愼)이 서기 100년 저술한 최초의 한자사전으로, 국내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면 낯설지 모르나 중국인들은 '천하제일종서'(天下第一種書)로 꼽으며 마치 경전처럼 대접하는 저작이다.

오늘날 뜻을 몰라도 모양을 토대로 한자를 찾을 수 있는 것도 부수(部首)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설문해자 덕택이다. 단옥재주 설문해자는 청(淸)대 고증학자 단옥재가 쓴 주석서로, 설문해자 주석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문해자, 정확히는 단옥재주 설문해자가 그처럼 의미있는 저작임에도 지금껏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도 완역본이 없다고 한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방대한 분량과 더불어 현재 컴퓨터로 처리할 수 없는 수많은 폰트 때문이다.

설문해자는 제목을 풀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설명'(說文)하고 '어떤 글자들이 결합됐는지 분해'(解字)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설문'은 상형문자, '해자'는 상형문자 등이 결합해 만들어진 회의문자나 형성문자에 관한 것이다.

이처럼 한자의 구조를 설명하는 책이어서 고문(古文)을 비롯, 현재 컴퓨터에 나오지 않는 폰트가 수두룩해 이를 다 만들어서 책으로 편집하려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깨알같은 한자를 입력하는 일에 품이 많이 듦은 물론이고, 글자를 설명하는 데 수백권에 이르는 유가 경전과 1천300여명의 인명이 인용된 탓에 번역하려면 엄청난 자료 조사가 필요한 것도 어려움으로 거론된다.

이런 거대한 작업에 뛰어든 이는 정통 한문학자도 아닌 한 미술 전공자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교사 출신 금하연(59)씨로, 고려대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전공하고 한자 관련 서적을 여럿 출간한 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 초부터 컴퓨터를 익혀 이후 30여년간 단옥재주 설문해자를 입력하고 자료를 조사했다. 여기에 독학으로 익한 컴퓨터 활용 지식에다 미술적 감각을 더해 혼자서 폰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전의 어구 하나하나를 한국어 번역과 나란히 배치했고, 각 표제어 번역 말미에는 어려운 한자와 단어 풀이, 본문에 인용된 책과 인물 설명 등을 더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출판사 측은 금씨가 이미 원고 전체의 초역과 일부 마무리 교정을 끝낸 상태라며 4~5년 안에 전 34권 완역 출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채금 공역. 612쪽.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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