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이 전시공간으로…제주 아라리오 뮤지엄 개관

편집부 / 2015-04-01 18:05:09
젊은 작가들의 실험 전시 '공명하는 삼각형'
△ 박경근, <청계천 메들리 Cheonggyecheon Medley>, 2015

모텔이 전시공간으로…제주 아라리오 뮤지엄 개관

젊은 작가들의 실험 전시 '공명하는 삼각형'



(제주=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모텔이었던 건물이 전시공간으로 바뀌었다.

1일 제주시 산지로에 문을 연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Ⅱ에선 영상, 사진, 조각, 설치 작품으로 구성된 개관전 '공명하는 삼각형'(A Resonating Triangle)이 관람객을 맞았다.

붉은색 5층 건물인 이곳은 자투리땅을 활용한 곳이어서 그런지 기존의 정형화된 반듯한 형태가 아니라 삼각형 형태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이미 지난해 영화관과 상업건물, 모텔로 사용됐던 건물을 각각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와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로 새 간판을 달았다.

이번에 문을 연 동문모텔Ⅱ는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를 소개하고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예술창작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개관전에선 먼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박경근(37)이 2010년 선보인 영상작품 '청계천 메들리'에 철골 구조물을 더한 '청계천 메들리 아시바'를 볼 수 있다.

10~20분 분량의 영상물 사이로 청계천 뒷골목의 주물공장과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비닐 재질의 화면에 구획을 나누듯 비춰 마치 이미지 사이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 만난 그는 "나는 디지털 세대로 작품의 특성도 이를 보여준다"며 "공간에 맞춰 작품 규모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정소영(36)은 실제 이 공간의 공사현장에 놓였던 시멘트, 벽돌, 바닥재 등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창문을 모두 막아 빛이 차단된 공간에 선보인 '라이트 컬렉터'(Light Collector)에는 벽돌 무늬가 유리에 새겨 있는데, 전체적으로 작품을 비추는 빛을 강조한다.

작가는 "철거의 흔적이 사라지고 또 하나의 공간이 탄생하는 현장에서 변화하는 풍경을 담으려 했다"며 "과거와 미래가 뒤바뀌면서 애잔함과 기대라는 상반된 감정을 갖게 됐다"고 돌아봤다.

3인조 록밴드 잠비나이는 미술작품 제작 의뢰를 받고 협업을 통해 사운드 아트 작업을 보여줬다.

이들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귀를 자극하는 독특한 소리가 들리고 록밴드가 사용하는 해금, 거문고 등에 망치, 공구를 결합한 실험적 작품이 눈에 띈다.

잠비나이 측은 "관람객이 이곳에서 우리의 소리를 들은 뒤 그것을 나름의 이미지에 대입해보며 상상력을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주영(44)은 동문모텔Ⅱ의 변신 과정을 담은 기록사진들로 '층위의 균형잡기'라는 작품을 꾸몄다.

이번 전시 공간 중 가장 밝은 공간으로, 기존의 벽에 남아있던 긁힘과 '철거'라고 쓰여진 문 등을 작품으로 구성했다.



이주영은 "4·3사건과 관련된 동굴을 방문했던 경험을 돌아보고 누구에게나 익숙한 재개발 현장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 건물의 물질성과 표면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개관전 제목인 '공명하는 삼각형'은 이처럼 삼각형 형태의 건물에서 서로 다른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개성이나 관심사를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동문모텔Ⅱ는 설명했다.

자리를 함께한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사람들이 왜 제주에 이러한 전시공간을 만드느냐 저에게 묻는데 제주에는 자연의 힘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종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건물을 리노베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술관을 짓는 것"이라며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작품만 두고 싶지만 이렇게 하기까지에는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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